인권침해.간접선전 갈수록 심해진다-방송위 93년 심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보도교양프로의 인권침해와 오락프로의 간접선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19일 발표한 93년 심의의결 현황에 따르면 보도교양프로의 인권침해 제재건수는 모두 2백28건으로 92년의 67건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또 오락프로의 간접광고도 92년의 38건에서 지난해에는 46건으로 크게 늘 어났을 뿐만아니라 전체 법정제재(사과방송)19건중 9건을 차지해 간접광고의 정도가 노골적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인권침해 사례는 TV가 1백건,라디오가 1백28건으로▲법원의확정판결이 있기전에 범인으로 단정하는 표현을 쓴 경우▲피의자의수의 입은 모습을 근접촬영한 경우▲미성년피의자나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밝힌 경우등이 주종을 이루 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보도프로의 인권침해 사례를 집중 심의 대상으로 정하고 지난해 가을 개편이후 집중제재를 가해 일시적으로 개선됐으나 올들어 다시 위반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지난해에 비해 무려 4배 가까이 인권침해 사례를적발해 내면서 제재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제재의 강도가 약하기 때문.
방송위원회는 간접광고 제재건수 67건중 무려 9건에 대해 법정제재(사과방송)를 가한 반면 보도교양프로의 인권침해 제재건수2백28건중 불과 4건에만 법정제재를 가했을 뿐이다.
특정업체나 상품의 간접선전은 제재건수의 증가외에도 선전의 정도가 심해졌고 방법이 교묘해진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간접광고로 사과명령을 받은 대표적인 프로는 SBS-TV 종합정보프로『출발 서울의 아침』(1월13일),『주병진쇼』(4월24일),『댁의 남편은 어떠십니까』(3월1일),『SBS스포츠 스포츠』,MBC-TV『특종TV연예』(3월6일) ,『파일럿』(10월4일)등이 대표적인 프로들.
이중 가장 화제를 일으켰던 프로는 아시아나항공의 사장과 승무원들이 출연했던『주병진쇼』와 국내 최초의 항공드라마로 대한항공을 무대로 촬영했던『파일럿』이다.
사장의『주병진 쇼』출연으로 광고 몇배의 홍보효과를 올렸다고 의기양양해 하던 아시아나는『파일럿』이 방영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조종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질만큼 인기를 얻자 울상이 됐다. 아시아나 홍보팀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MBC측에 간접적으로『앞으로 항공장면을 찍을때 아시아나를 배경으로 해달라』는 요구를 한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MBC가『파일럿』의 방영직후 내보낸 창사특집극『명태』의 비행장면은 모두 아시아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파일럿』이후 업계에서는 TV프로를 통한 간접선전의 홍보효과에 눈을 뜨고 방송프로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간접선전은 광고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몇배의 효과를 올릴수 있기 때문이다.또 프로제작진들도 협찬을 받으면 제작비를 아낄수 있다.
시청자들은 폭력이나 선정성처럼 그 폐해를 피부로 느끼기도 어렵다.이때문에 간접선전은 앞으로도 더욱 기승을 부릴 소지가 많다는 것이 방송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南再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