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내항 인근 시장.공단 폐수로 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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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포항철강공단이 맞닿은 포항내항에는 여느 바닷가처럼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코를 싸잡아야 할 정도로 썩어가는 냄새가 진동할 뿐이다.
앞만 보며 근대화라는 고지를 향해 질주하는 사이에 포항 주변바다는 생산현장과 삶의 터전에서 거르지 않고 쏟아낸 폐수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지금은 시커먼 몸뚱이를 드러낸채 흉칙한 모습으로 육지를 둘러싸고 있다.이곳을 찾으 면 이처럼 죽어가는 원인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이 한눈에 알수 있다.
내항 주위엔 폐선박이 어지럽게 널려있고 시장에서 쏟아지는 생선내장.쓰레기등 각종 오물이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한 형산강의 지류인 칠성천과 양학천을 타고 여과없이 바다로 흘러든다.
바다로 기어드는 내(川)는「고체성 액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더욱이 바다양쪽의 콘크리트 직강에는 직경 80㎝가량의하수구가 5m간격으로 곳곳에 뚫려 메스꺼운 생활하수와 오물까지뒤섞여 바다로 콸콸 쏟아져 내린다.
여기에다 포항철강공단에서 쏟아내는 하루 30만t의 폐수가 1차처리만 거친채 유유히 바다와 뒤섞인다.
이곳으로 흘러드는 강이나 바다나 모두 색깔이 거의 비슷해 합류지점에서 으레껏 볼수 있는 푸른바다 물빛과 강물색간의 선명한대조를 이루는 띠조차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바다에는 강물에 없던 기름띠가 물가장자리를 따라 길게늘어서 햇빛을 받으면 오색영롱한 색깔(?)을 뽐내고 있다.영남대 金基台교수는『영일만일대는 생활하수와 기름으로 상습적인 흑조현상을 빚고 있다』며『바다를 회생시키지 않으면 연안어장의 목장화는 공염불』이라며 경고했다.
한때는 대구.경북지역 초.중학생의 수학여행지로도 명성을 떨쳤던 인근 송도해수욕장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지 오래다.
이처럼 바다가 썩어 들어가 어디부터 손을 댈 수도 없는 심각한 지경이지만 포항시는 그저 무덤덤하기만 하다.
포항시관계자는『형산강을 타고 내려오는 경주지역의 오.폐수가 포항내항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내항의 오염은 어제오늘의일이 아니다』라고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浦項=金基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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