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암 환자 처방약 거르면 ‘자살행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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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암 환자의 불성실한 약 복용으로 내성환자가 늘어나 주의가 요망된다.

암환자가 약을 거른다? 이는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다. 환자가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복용하는 것은 병을 극복하는 기본적인 철칙이다. 그러나 치료현장에선 안타깝게도 환자의 약물 복용 수칙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이런 행동이 병을 키워 약물 내성을 키운다는 것이다. 환자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벼랑으로 자신을 내모는 셈이다. 불성실한 약물 복용,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본다.

◆먹는 약 등장 이후 심각=김모(여·35)씨는 몇 년 전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받고 항암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구세주 같던 약이었지만 1년여 뒤 병세가 호전돼 정상 생활이 가능해지면서 긴장이 풀어졌다. 약 먹는 시간을 넘기거나 거르기까지 한 것. 그는 결국 백혈병이 악화돼 응급실에 실려 갔고, 생사를 넘나들다 가족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미국 다나 파버 암연구소는 2378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4년간 약물 복용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제대로 복용한 환자는 50%에 불과했다.

이는 치료와 직결된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을 85% 이상 지키지 못한 환자는 암이 더 빨리 재발됐고, 65% 이상 지키지 못한 경우엔 무병 생존율이 현저히 감소했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복용하는 환자의 치료 순응도(의사가 지시한 대로 복약)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진다. 치료 3개월째 96%에 달하던 치료 순응도가 6개월째엔 87%로, 1년 시점에선 76%로 떨어졌다.

◆내성 키우는 자살행위=약물 순응도가 떨어지는 것은 먹는 항암제가 늘면서 심화되고 있다. 치료행위가 간편해진 반면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환자의 책임의식이 뒤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김동욱(혈액종양내과)교수는 지난 1년 동안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중 70%가 약 복용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아 내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중엔 부작용(얼굴이 붓거나 울렁거림)이 있다고 임의로 약 용량을 줄이거나, 여행을 가면서 약 복용을 거른 경우도 있었다. 김 교수는 “부작용이 있다고 용량을 줄이는 것은 약물 내성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 생명을 건 도박”이라고 강조했다.

글리벡은 대표적인 표적 항암제. 약 성분이 암세포 단백질에 달라붙어 세포증식과 분열을 촉진하는 신호 전달을 차단한다. 하지만 약을 거르거나 용량을 줄여 암세포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하면 암세포는 자신의 단백질 구조를 바꿔(돌연변이) 변신을 꾀한다. 자물쇠 구멍을 변형시켜 열쇠가 맞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치료에 성공하기 위해선 환자들 스스로 교육과 자극을 받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우회인 ‘루산악회’ 회원은 매달 등산모임을 갖는다. 최근엔 1박2일 야외수련회를 개최해 전문의 교육도 받았다. 환자들끼리 정보교환을 하면서 서로 느슨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다.

약의 용량에 대해 전문의와 늘 상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약의 용량을 늘리면 생존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 때문. 미국에서 조사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하루 400㎎과 800㎎ 복용 그룹을 각각 5년간 추적한 결과, 후자가 더 오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복용량을 늘린 만큼 약의 내성률이 낮아짐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하루 400㎎까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약의 복용량을 늘리려면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고종관 기자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의 보험적용에 대한 상세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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