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명환씨 살해 20대 검거/경찰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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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성교회 운전사 이단비난 앙심”/“단독” 자백의혹 배후 추적/목사가 증거될 달력 백여부 소각
종교문제연구가 탁명환씨(57) 피살사건의 범인은 서울 구로구 오류2동 대성교회 운전사겸 잡역부 임홍천씨(26)로 밝혀졌다.<관계기사 3,22,23면>
서울경찰청은 20일 밤 이 사건 범인으로 임씨를 검거,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고 발표했다.
임씨는 경찰에서 『평소 존경해오던 이 교회 설립자 박윤식 원로목사를 탁씨가 자신이 발행하는 「현대종교」라는 잡지에서 이단자로 규정,비방한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임씨는 또 15일 밤 방영된 TV 프로그램에서 탁씨가 영생교의 비리를 폭로하는 것을 보고 이때 살해하면 영생교측의 범행으로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판단,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경찰은 임씨로부터 범행사실을 보고받은 이 교회 조종삼목사가 교회안에 걸려있던 쇠파이프를 싼 달력과 같은 종류의 달력 1백여부를 소각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범행직후 임씨는 숙소 관리인 이모씨에게 알리바이 조작을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져 경찰은 교회 관계자들이 사전에 조직적으로 범행에 관여했을 가능성과 공범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범행수법이 치밀하고 당초 2∼3인조의 소행으로 판단할 만큼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 등으로 미뤄 단독 범행이 아닐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에서 임씨는 18일 오후 9시부터 서울 노원구 월계3동 삼호아파트 31동 탁씨집 주변에 숨어있다 오후 10시10분쯤 귀가하던 탁씨를 2층 복도까지 뒤따라가 준비한 쇠파이프로 뒷머리를 때려 실신시킨뒤 등산용 칼로 목을 찔러 숨지게 했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특수부대 중사로 근무하다 제대한뒤 90년 10월 이 교회 잡역부로 일해왔으며 현재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모신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다.
경찰은 범행현장에 남아있던 쇠파이프를 싼 달력 종이에서 이 교회 숙소관리인 이모씨(30) 등 12명의 명단이 적힌 것을 근거로 이들을 소환 조사한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은 임씨를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교회 관련자들도 범행관련 혐의가 드러나면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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