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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유아시아방송 설립 추진-北,사회주의와해공작 중단촉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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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美國 상원이 지난달 25일 자유아시아방송(Radio FreeAsia)설립에 관한 법안을 의결한데 대해 北韓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방송계획을 중단하라고 연일 비난공세를 펴고 있다.
美국무부의 법안 제안설명에 따르면 자유아시아방송은「표현의 자유를 구가하지 못하는 아시아국가안에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 목적으로,해외로 송출하는 라디오를 통해 중국.北韓.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등 6개국과 티베트지역에서 일어난 사건및 정보.뉴스.논평을 해당국 언어로 방송할 예정이다. 이는 냉전초기 美중앙정보국이 舊소련.동유럽에 방송하기 위해 설립했던 자유라디오.자유유럽라디오등 2개 방송과 對쿠바용「마티라디오및 TV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美국무부가 이번에 아시아지역을 겨냥한 방송을 추가 설립키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駐韓 美國문화원 관계자는『현재 법안만 통과된 상황이어서 자유아시아방송이 독자적인 방송국을 설립할지 혹은「美國의소리」(Voice of America)방송국과 통합운영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방송 개시 시기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송 계획을 둘러싸고 미국내.외 일부에서는 냉전종식과 함께 기존의 자유방송도 폐쇄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아시아지역을 겨냥한 방송을 추가하는 것은 시대적 추세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있으며,특히 대상국가들은 거센 반 발을 보이고 있다. 中國 외교부대변인은 지난달 27일『자유아시아방송 설립계획이 중국과 다른 아시아국가들의 내정에 간섭하고 보도수단을 통해 혼란을 조성하려는데 진짜 목적이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사회주의와 金日成.金正日 체제유지에 부심하고 있는 北韓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北韓 중앙통신은 지난달 27일 日本의 방송 보도를 인용,美國의 자유아시아방송 법안 통과 사실을 전하면서『이는 美國의 反사회주의.反공화국책동의 일환이며 허위모략선전을 통해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사상적으로 와해시켜보려는「평화적 이행전략 」이 본격적으로 실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 통신은 자유아시아방송이 北韓에 자유화바람을 불어넣어 주민들속에 독소를 퍼뜨려 북한식 사회주의를 해치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경계심을 보였다.
또 지난 1일에는 북한 외교부대변인이 기자회견에 나서 자유아시아방송을「내정간섭적이며 적대적인 범죄행위」로 단정짓고『美國식민주주의 가치관과 부르조아사상의 독소를 北韓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에 주입시켜 이 지역에서 사회주의를 압살하고 자주적인 정권들을 내부로부터 와해시켜려 한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이어 13일의 노동신문 논평 역시『과거 美國방송의 영향을 받은 지역과 나라들에서 오늘날 민족적 분쟁과 대결로 유혈사태가 조성되고 경제사회생활은 무참히 파괴됐다』면서 미국의 노림수가 과거 공산권 붕괴에 큰 역할을 한것으로 평가되는 東歐에서의 방송 경험을 아시아지역에 재현함으로써 이 지역 사회주의국가들을 내부로부터 와해시키고 압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北韓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아무리 라디오청취를 통제해도 한계가 있는 사정 때문이다.
즉 북한은 외부의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지역유선방송을 실시하고 무선라디오의 경우 채널을 고정시키도록 조치해왔으나,최근 귀순자들의 증언에서 확인되듯 비록 극소수일지라도 외부방송을 들을수 있는 소형라디오나 카세트를 갖고 있는 주민들이 존재하는 형편이다. 국가보위부.사회안전부등 기관들을 총동원,北韓주민들이 행여나 외부정보에 노출돼 민심동요가 일어날까봐 주민동태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아시아방송이 시작된다는 사실은北韓정권에 적지않은 충격을 준 것임에 틀림없다.
북한이 지난달 27일의 중앙통신 보도에서『주체사상으로 튼튼히무장한 조선인민은 부르조아선전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며 반동적인 방송에 추호도 사상적 변질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실은「사상변질」의 우려를 역 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방송이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이같이 거센 반발을 보이는것으로 미뤄 앞으로 北韓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맞서「양키식문화 배격및 아시아식 전통.문화의식 수호」라는 구호를 내걸고 안으로는▲전파간섭강화▲외부방송 청취자색출▲사상통제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밖으로는 방송 대상국가들과의 외교적연대등을 추구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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