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해법 한미 공조 재확인/한 외무 두차례 방미 무얼 얻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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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화로 해결유도 급한불 끈셈/NAFTA와 “특별협력” 약속도 성과
북한 핵문제의 긴박성으로 급히 미국을 방문한 한승주 외무장관이 10박11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8일 오후 귀국길에 오른다.
한 장관 방미의 가장 큰 성과는 유엔안보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컸던 북한 핵문제에 대화로 푸는 통로를 엶으로써 한반도에 우려되던 위기감을 잠재웠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북한이 15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사찰을 수락한 직후 『이 고비를 넘김으로써 북한 핵문제 해결가능성이 60대 40으로 높아졌다』고 말했었다.
○강경목소리 U턴
한 장관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측 카운트 파트들과 북한이 사찰수용을 결정하기 전후로 두차례에 걸쳐 모두 3시간 가까이 북한 핵문제 해결방향과 관련해 난상토론을 한 끝에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해법에 있어서 한미의 견해에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같은 합의는 핵해결 시한을 얼마 남기지 않고 미국내에서 강경파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는 시기여서 물줄기를 대화쪽으로 U턴 시키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는 한 장관 특유의 대북관과 핵문제를 보는 시각,그리고 모든 갈등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철학과 조용한 설득력이 작용했다.
한 장관의 이번 방미는 또 핵문제를 둘러싼 한미 공조체제와 협력을 다시 다지게 했다.
그동안 핵문제 해결방법을 놓고 한미간에 설왕설래되던 이견설이 그의 방미로 자취를 감추었다. 당사자들과 토론을 통한 결론의 모색은 여기에 큰 역할을 했다.
한 장관이 바쁜일정 때문에 어렵게 됐던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을 당초 예정대로 18일 예방해 김영삼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공조체제가 굳건함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제재」여서 「대화」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성공한 것은 무엇보다 어떤 경우든 파국은 막아야 된다는 판단아래 「협상해결론」을 끝까지 고수하면서 「미국내 강경세력의 잠재우기」 노력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너무 낙관은 금물
개발여부가 분명치 않은 핵문제로 유엔안보리로 대북제재 논의가 활발해지고 그 결과로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초래되는 위험(?)을 우리가 굳이 무릅쓸 필요가 없다는게 그의 소신이었다.
김 대통령이 이달들어 과거와 달리 대북제재문제 거론을 삼가고 지난 7일자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 때 『북한 핵문제가 유엔안보리로 넘어가더라도 대화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천명한 것도 그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는 9일부터 13일까지의 1차 방미를 통해 미정부 고위관리들과 언론관계자들을 만나 북한을 위협하기 보다는 달래고 유인하는 차분한 대응을 하도록 촉구,결국 북한이 IAEA 사찰을 수락하도록 유도했다면 2차 방미(17∼19일)에선 남북대화가 잘 풀려나가도록 정지작업을 한 셈이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구상대로 북한이 남북대화에 진지한 자세를 보이고 북미 3단계 고위회담이 곧 성사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IAEA 사찰을 수락해 일단 「유엔안보리 제재」라는 급한 불을 끈 북한이 시간끌기를 계속할 경우 다시 강경목소리가 커지면서 한반도 위기설이 고개를 들어 안보리 제재논의가 재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일이 잘돼 가는 것 같다고 해서 너무 낙관해서는 안된다』며 남북대화가 예상보다 쉽게 안 풀릴 수도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때문에 한 장관은 귀국하자마자 남북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한 방안마련에 골머리를 알아야 한다.
북한이 IAEA 사찰을 수락토록 하는데는 국내에 큰 이견이 없이 성공시켰으나 남북대화의 경우 진전이 부진할 경우 「대화론자」인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특히 북미 3단계 회담을 성사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남북대화에 유연성을 강조한 그의 입장을 대화가 잘못될 경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지금도 국내 일부 보수강경파들은 『북한이 이제 겨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이전의 상태로 돌아간 것에 불과한데 주기만 하는 협상을 계속한다』고 말하고 있다.
벌써부터 3단계 회담을 위한 전제조건 두가지중 하나인 「남북대화 진전」과 관련해 사뭇 다른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남북대화가 과제
그는 경우에 따라선 앞으로 북한뿐만 아니라 내부의 보수강경세력들과 싸워야(?)할지 모른다.
따라서 북한의 김일성체제와 핵문제를 다뤄가는 한국의 전략수집,때로는 미국의 전략수립에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한 장관이 앞으로 풀어야할 가장 큰 과제는 바로 남북대화다.
한편 북한 핵문제라는 초미의 현안 때문에 뒷전에 밀린듯한 인상을 주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특별협력관계를 맺기 위한 지원을 약속받은 것도 방문의 성과다.<워싱턴=박의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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