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제국주의의 과거 그리고 현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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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국
스티븐 하우 지음
강유원·한동희 옮김
뿌리와 이파리
228쪽, 1만5000원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는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읽히곤 한다. 식민지 시대를 경험한 우리의 역사적 경험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내밀한 의식 역시 이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세계사적으로 20세기 후반은 제국 시대의 종말로 읽혔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제국’은 다시 중요한 화두가 됐다. 고대 로마 제국이나 영국의 제국주의와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전세계적으로 유무형의 손길을 내뻗는 미국은 오늘날 또 다른 제국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전지구적인 자본주의 질서를 관장하는 미국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제국주의라는 비난을 쏟아내는 무리가 있는 반면 자본주의적 질서야말로 선한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미국적 질서에 동의하는 이들도 많다. 지은이는 이러한 엇갈린 평가는 과거의 제국에 대한 세계인의 애증과 닮았다고 평가한다. 무역·재정·문화적 영향력 분야에서 ‘아메리카가 우월하다’는 생각은 또 어떤가. 과거 제국주의의 그것과 같지 않은가. 제국주의란 용어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미국 드라마 등 문화에는 열광한다면, 현대적인 의미의 제국주의에 찬동하는 것일까.

 원론으로 돌아가자면 누가 제국인가를 규정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국가 건설 단계의 미국은 제국이었을까, 식민지였을까. 미국은 영국 제국으로부터 독립 투쟁을 벌여 성공한 식민지였다. 그러나 미국 대륙 원주민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미국은 제국일 것이다. 제국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지은이가 제국과 식민의 역사와 용어를 정리한 결과물이다. 제국·제국주의·식민지·탈식민주의 등 혼동되어 쓰이는 용어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역사적으로 어떻게 의미가 변천되어왔는지를 들여다본다. 그 과정에서 제국의 역사가 엮이고, 이에 대한 엇갈린 평가도 등장한다. 이 책은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과거 제국주의의 유산이 오늘날 어떤 형태로 남아있는지, 현대적인 제국주의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개략적인 그림을 그리도록 안내하는 ‘제국 입문서’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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