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명분.美 입장 조정역할 계속-韓외무 재차 미국行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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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韓昇洲외무장관의 1차 美國방문(9~14일)이「제재」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던 北韓핵 문제를「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캐나다 방문을 마친뒤 이뤄질 그의 2차 訪美(17~19일)에 큰 관심이 쏠 리고 있다.
우선 1차 訪美에서 韓장관이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앤터니 레이크 白堊館안보담당 보좌관등 美國정부 고위 관리들을 만나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美國언론등에서불거져나오는 강경 목소리가 美國정부의 입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 자체가 北韓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는데 보탬이 됐기 때문이다.이를 통해 北韓은 적어도 자신들이 걱정했던 이른바「美國내 강경보수 세력들 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반공화국 압력소동…」은 사실이 아니며,특히 美國측이 3단계 고위급회담을 계속할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된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韓장관의 이번 美國방문은 굳이 北韓에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韓장관 스스로도『北韓이「美國으로부터 이런 이런 약속을 받아냈습니다」고 할수 있는 명분을 얻는 것은 北韓의 권력구조상 핵심적인 사항이 될수 있다』면서 이를 시인했다.
과연 韓장관의 예상대로 北韓이 먼저 뉴욕에서 美國과 실무접촉을 한차례 갖고 뒤이어 IAEA사찰을 수락하겠다는 뜻을 밝힐는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IAEA 정기이사회가 열리는 21일 이전에 이같은 일련의 수순이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에 그의 2차 訪美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따라서 韓장관의 2차 訪美성격은 과연 21일 이전에 北韓이 통상사찰을 수락할 용의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만약 北韓이 韓장관의 캐나다 방문기간중 美國과 뉴욕접촉을 가진뒤 美國으로부터 사찰수락을 위한「적당한 명분」을 얻고 IAEA에 사찰을 수락하겠다는 통보를 한다면 문제는 훨씬 수월해지고韓장관은 訪美 부담을 덜게 된다.이 경우 韓장관 은 크리스토퍼장관등을 만나 韓美양국 정상이 작년11월 합의한대로 北韓핵 문제를「철저하고 광범위하게」해결하기 위한 北-美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들을 사전에 조율해보면 된다.
반대로 北韓이 韓장관의 2차 訪美때까지 美國과 뉴욕접촉을 갖지 않을 경우 韓장관은 美國측 관계자들과 다시 만나 北韓의 의도를 분석하고,北韓이 IAEA 사찰을 수락토록 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
그야말로 北韓핵 문제가 IAEA차원에서 머물고 있을 때 평화적인 대화노력을 통한 해결을 마지막으로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韓美 양국은 이같은 상황에 대비,여러가지 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설사 北韓핵 문제가 최악의 경우 유엔 安保理로 넘어가더라도 서로의 의사를 분명히 알수 있도록「대화의 場」을 한번 갖는다는 전 략이다.
美國은 北韓과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北韓이 먼저 대화를 제의하지 않을 경우 굳이 나서서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겠다』고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으나 北韓이 막판까지 버티면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대화를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
北韓이 먼저 제의하든 美國이 먼저 나서든 일단 대화가 이뤄지면 美國은 北韓에 3단계 고위급회담에 대한 약속을 거듭 확인하고,『단 한차례라도 사찰을 받으면 나머지 문제는 3단계 회담에서 포괄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뉴욕접촉에서 IAEA 사찰수준과 형식등을 둘러싼 쟁점들이 한꺼번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美國은 그동안 일관되게 사찰수준과 형식에 대해서는 관여할 입장이 아니라고 말해온 점으로 비춰 北韓이 말하는「안전조치의 계속성 유지를 위한 제한적 사찰」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며,다만 北韓의 명분을 살려주는 차원에서 IAEA사찰합 의에 관련된용어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융통성을 갖도록 주선할 수도 있다. 누구의 강요에 의해 사찰을 받는다는 사실에 노골적인 반발을보이고 있는 北韓에「美國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자의로 사찰을 받아들인다」는 명분 정도는 쌓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줄수 있다는 얘기다. 최악의 경우 北-美간의 뉴욕접촉이 성사되지 않고,北韓의 태도변화가 가시화되지 않으면 韓장관의 2차 訪美는 北韓핵 문제가 유엔 안보리로 넘어간 후에 韓美 양국간의 공동대응책을 마련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물론 지금까지도 이같은 상황 에 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좀 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갖고 단계적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도 그때마다 대화를 병행하는 전략을체계적으로 세운다는 뜻이다.
***3~4日內 결판 이와함께 中國.日本등 관련국들과 안보리에서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폭넓게 논의될 것이다.
현재 캐나다를 방문중인 韓장관의 표정은 北韓핵 문제가 자신의구상대로 풀려나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지 비교적 밝은 편이다.그러나 그의 이같은 표정이 계속될지는 앞으로 사나흘 내에 판가름날 전망이다.
[오타와=朴義俊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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