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국제화 걸맞는 해외판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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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체코 수도 프라하 중심가에 있는 코트바백화점은 체코 최대의 국영백화점이다.
미국 유통업체인 K마트가 체코 유통시장을 사실상 완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체코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는 백화점이자 체코 시장을 공략하려는 세계 기업들이 상품판매에 열을올리는 세계무역전쟁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한국제품을 발견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소니.필립스등 유명전자제품들이 단독매장을 갖고 위세를 떨치고있으나 한국은 삼성.금성등이 종합코너에 명함을 내밀고 있는 정도다. 다만 가전제품의 경우 일본과 비슷한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고 TV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일본을 앞서고 있지만 이른바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판매전략에서는 아직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이곳에서 금성사의 전자제품 전시회가 열렸다.
고급손님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판촉활동의 일환이었으며 전지훈련차 체코에 머무르고 있는 프로축구 LG치타스 선수들까지 동원된 이색 전시회였다.
오전10시 개장과 함께 전시회가 시작되자 하루평균 20만명이상이 찾는다는 백화점답게 수많은 체코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열띤 홍보전이 진행될 무렵 갑자기『백화점안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을지 모르니 밖으로 대피해달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5분안에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이다. 금성사 현지직원들은『이곳에서는 가끔 있는 일』이라며 애써 태연한척 했지만 한국제품이 뿌리내리는 것을 방해하려는 외국경쟁사의 짓임에 틀림없다.
모처럼 기획한 이색 전시회가 얘기치않았던 해프닝으로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으나 많은 체코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일본은 치밀한 계획아래 시장공략에 앞서 문화침투에 성공,이제는「멸시받는 동양인」의 범주에서 벗어나있어 앞으로 체코의 경제가 본 궤도에 올라 구매력이 높아지면 무차별 시장잠식에 나설 것이다. 오로지 물건 하나 더 팔기에 전력을 기울여온 한국기업들도 일본에 맞서기 위해서는 종래 판매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할때가 온 것이다.
금성사가 프로축구팀을 동원해 현지에서 친선경기를 벌이고 백화점세일스에도 얼굴을 내미는 것은 한차원 높은 판매전략을 구사한것으로,분명 국제화시대의 변모하는 모습이었다.
[프라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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