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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품종 판매시대/디자인 경쟁력 “발등의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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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수준 미·일 반도 안돼/독자개발 인력양성 시급
「디자인이 상품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최근 세계 각국의 제품생산과 관련한 기술수준이 평준화돼가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중심의 경제체제가 점차 다품종 소량방식으로 변해가면서 세계경제에 산업디자인 전쟁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선진국 시장에선 이제 상품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디자인을 꼽고 있고 그린라운드의 대두는 포장디자인에서 환경보호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술개발과 함께 산업디자인이 중시되는 이런 추세는 디자인 후진국이라는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는 국내 업계에 당장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지난 89년 미국의 타임지는 한국이 디자인 수준을 1백으로 할때 대만과 싱가포르를 각각 1백43,1백28로 평가하는 한편 미국·일본의 절반수준도 안된다고 보았다.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의 박중근 진흥본부장은 『그동안 산업정책이 지나치게 가격경쟁력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기업들이 손쉬운 모방이나 OEM에 안주,자체 디자인 개발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 디자인 수준은 경제규모에 비해 국제무대에서 생산의 들러리나 서는 후진국 취급을 받아왔다.
정부는 뒤늦게 디자인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난해를 산업디자인 발전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5백억원의 진흥기금을 조성하는 등 98억년까지 「산업디자인발전 5개년계획」을 수립했었다.
이에 힙입어 업계도 올들어 대기업 중심으로 디자인연구소를 잇따라 만들고 전문인력 확보에 나서는 등 분주한 움직임이다.
이중 삼성전자·금성사·대우전자 등 가전 3사는 해외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디자인 개발을 위해 일본과 미국등지에 해외 다자인센터를 세웠거나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대다수 기업들이 디자인에 무관심하다는데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디자인 개발을 위한 인력부족과 금형비용이 크다는 이유로 독자 디자인 개발보다는 손쉬운 OEM을 선호하는실정이다.
산업디자인 분야의 인력수급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성사 디자인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디자인 전문인력들이 제조업보다 광고회사 등을 선호하는 바람에 정작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결국 국내기업이 일본 소니사나 미국 포드사처럼 회사 이름에서 바로 제품을 연상할 수 있을 만큼의 대표적인 디자인을 키우기 위해 이제라도 정부·업계·학계 모두가 소매를 걷어부쳐야 한다고 제시한다.
일본 소니사의 디자인 책임자 도츠카 게이치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엔지니어가 배라면 디자이너는 등대다. 등대를 무시하고 달리는 배는 암초에 걸리기 쉽다.』<박승희기자>
◎GR대비 식품포장 눈돌릴때
산업디자인과 기술개발은 선진국 진입을 위한 「수레의 양바퀴」다.
그동안 국내에선 기술개발에 묻혀 디자인의 역할이 너무 소홀히 취급돼 왔다.
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로 세계경제질서가 급속히 재편됨에 따라 산업디자인 및 포장은 국제경쟁력 강화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으며 그린라운드에 대비한 농산물·식품 등의 포장기술도 중요한 과제다. 이 점에서 무엇보다 디자인에 대한 일선기업의 관심이 높아지는게 급선무다.<유호민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장>
◎현장의 「디자인 기피」 없어져야
더욱 치열해지는 경제전쟁시대에서 경쟁국에 대한 비교우위를 점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려면 산업디자인과 포장이라는 비가격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국내 산업디자인의 문제점은 전문디자이너가 양적으로는 충분하지만 새로운 디자인 개발투자에 대한 불확실성과 개발비 부담으로 실제 기업현장에서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정부차원의 산업디자인 종합지원정책을 마련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대학에서도 실질적인 전문인력 양성방안을 강구해야 한다.<한도용 홍익대 공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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