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심 풍향계' 여론조사 … 신뢰도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여론조사는 사회 문제나 정책, 쟁점 등에 관한 사람들의 신조·견해·태도·의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사진은 여론조사 업체의 직원들이 전화로 설문조사하는 모습. [중앙포토]

대통령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며 대권 후보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가 빈번해졌다. 또 주요 정당은 대선 후보 선출에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할 예정이다. 여론조사의 의미와 방법, 문제점 등을 공부한다.

◆여론이란=여론(Public Opinion)은 사회 문제나 정책, 쟁점 등에 관한 다수의 지지를 받는 생각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했기에 옛날부터 여론은 인간의 주요 관심사였고 근대 민주국가에선 더 중요해졌다. 다수의 의견이 진리에 가깝고, 또 합리적이란 민주주의 정신 때문이다.

이런 여론 파악을 위해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조사하는 것이 여론조사다. 정치적으로는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도 파악을 위해 조사가 사용된다. 정책이나 계획의 정당성, 효과 등을 측정하기 위한 기초자료 마련에도 필요하다. 기업은 신제품 등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파악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이용한다.

역사가들은 최초의 여론조사로 1824년 앤드루 잭슨(공화당) 대 존 퀸시(민주당)의 미 대통령 선거 격돌을 꼽는다. 당시 조사는 사람들을 모아 모의 투표를 하는 것이었다. 반면 20세기 초반의 여론조사는 전화.자동차 등록 명부를 이용, 대량의 투표 용지를 송부해 기입하게 한 뒤 회수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미 통계학자 조지 갤럽(1901~84)은 1936년 표본을 정밀하게 추출하는 방법을 개발해 여론 조사를 과학화했다.

◆여론조사 어떻게 이뤄지나=여론조사 방법에 대한 이해를 위해선 모집단과 표본이란 용어부터 알아야 한다. 모집단은 대한민국 성인남녀 등 전체 집단이며 표본은 여기서 추출한 작은 그룹이다. 모집단 조사는 비용이 들기에 표본을 조사한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10년에 한 번씩 전체 성인을 대상으로 인구조사를 하는데 무려 70억 달러(약 6500억원)가 든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그것의 1만분의 1도 필요치 않다.

표본을 뽑는 방법은 임의.할당.무작위 세 가지가 있다. 임의표본추출법은 길에서 사람을 멈춰 세우거나, 전화번호부 50번째 사람에게 전화를 하거나, 인터넷 게시판으로 조사하는 것처럼 쉽게 찾을 수 있는 대상을 임의로 선택하는 것이다.

할당추출법은 사전 지식을 이용해 전체 인구의 구성을 파악하고, 이에 따라 표본을 분배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인구조사로 미국인 14%가 아시아인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표본 1000명 중 140명이 아시아인이 되는 것이다. 전체 인구 절반이 남자라면 응답자 중 50%가 남성이어야 한다.

무작위추출법은 쉽게 이야기해 눈감고 손에 잡히는 대로 뽑는 것으로, 뽑힐 확률은 모집단 구성원 전체가 동일하다. 전문가들은 무작위 추출이 모집단의 특성을 가장 정확히 반영한다고 본다. 눈감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한 셈이다. 예컨대 검정과 흰색 구슬이 반반씩 섞여 있는 주머니가 있다고 하자. 만일 50개 정도 무작위로 뽑는다면 그 구슬의 비율은 모집단과 유사해진다는 게 여론 조사 전문가의 분석이다.

◆여론조사와 신뢰도=여론조사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은 표본 수가 전체를 대표하기엔 너무 적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미국의 경우 몇 백 명의 표본으로 2억 명이 넘는 성인의 생각을 확인하기도 한다. 또한 질문 구성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부 비양심적 조사기관은 표본과 질문을 왜곡해 본인 입맛에 맞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조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과학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여론 조사는 더불어 신뢰도와 오차라는 개념으로 결과의 한계를 정한다. 예컨대 뉴스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말하며 "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는 ±2.5%"라고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100번 여론 조사를 할 경우 95번은 ±2.5% 오차 범위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즉 여론조사에서 A라는 후보가 48%의 지지율을 얻었다면, 같은 방법으로 100번 여론조사를 실했을 경우 95번은 최고 50.5%, 최저 45.5%의 범위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반면 100번 가운데 다섯 번은 그 범위 밖일 가능성도 있다.

95% 신뢰 수준이 기본이지만 더 정밀한 조사를 위해 99% 또는 그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정밀할 필요가 없는 경우는 90% 정도의 신뢰 수준을 사용할 때도 있다. 신뢰 수준이 높을수록 더 많은 표본수를 사용한다.

?여론조사와 민심의 상관관계=여론조사는 민심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돼 민주주의를 활성화한다. 따라서 정책당국자와 정치인은 여론조사로 민심을 듣는다.

반대로 문제점도 있는데, 법과 원칙이 아닌 국민 여론이나 감정에 따라 정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지도자도 소신과 철학이 아닌 여론에 끌려다니는 이른바 중우정치가 벌어질 수 있다. 다수세력의 횡포도 문제다. 여론 조사 결과 다수로 밝혀진 의견은 더 힘을 갖게 되면서 소수 의견이 무시될 수 있는 것이다.

장순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