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큰 생선·곶감 “의심”/설 제수품 수입농산물 구별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유질 성기고 검붉으면 수입쇠고기
주부 이영금씨(43·서울 동작구 상도동)는 요즘 새로운 고민에 빠져있다.
최근 유명백화점·재래시장들이 값싼 수입 과일·생선 등을 국내산으로 속여 팔아오다 들통난 소식을 듣고 난 후부터다. 여전히 뭐가 뭔지 구분할줄 모르기 때문에 상인이 속여 팔 경우 또 속을 수밖에 없어 설날 차례상에까지 낯선(?) 수입과일·생선을 올려 놓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보름날 부럼으로 먹을 땅콩·호두도 마찬가지다.
이씨와 같은 고민을 푸는 방법은 없을까. 원산지 표시제가 정착되지 않은데다 일부 상인들의 장삿속까지 겹쳐 자칫 바가지쓰기 십상이이지만 이리저리 뜯어보면 수입산과 국내산을 금방 구분해 낼 수 있다고 상인들을 말한다.
우선 쇠고기의 경우 한우는 밝은 선홍색을 띄며 육질이 촘촘하고 지방이 잘고 고르게 퍼져 있다는 것. 반면 수입 쇠고기는 검다싶을 정도로 짙은 색을 띄고 육질은 나무의 결이 갈라진 것처럼 성기며 누런 기름덩어리가 군데군데 몰려 있다. 수입육갈비는 한우갈비에 비해 뼈의 폭이 넓고 굵다.
생선은 한눈에 보아 유난히 크다 싶으면 수입산일 가능성이 크다. 또 수입생선은 하나같이 잔뜩 냉동된 것들이기 때문에 떼어팔면서 상처가 많고 녹았다 하더라도 탄력이 급속히 떨어져 흐물흐물해지는게 대부분이라고 상인들은 귀띔한다.
특히 조기의 경우 국내산은 전체적으로 회백색(배 부분은 옅은 노란색)을 띄면서 둥글 짤막하지만 수입산은 등이 거뭇하고 늘씬한 유선형이면서도 비늘만은 국내산에 비해 자잘한 것이 특징이다. 손바닥만한 국내산 조기 한마리에 2만여원하는데 비해 수입산은 2천∼3천원에 불과할 정도로 가격차가 심해 깜박하면 10배나 바가지를 쓰기 쉽다.
수입 오징어는 흰색소가 많아 붉은 색을 띄는 국내산과 구별된다. 여기다 국내산은 다리 8개의 굵기가 모두 엇비슷하지만 수입산은 가운데 2개가 가늘다.
과일류중 곶감은 주먹만큼 큰 것은 대개 수입산으로 보면 틀림없다. 또 대보름에 부럼으로 찾는 호두는 국내산은 색이 고르지 않고 지저분하게 보이지만 수입산은 색이 선명하고 수입 땅콩은 굵직굵직하고 연붉은 색을 띤다.
서울 남대문시장 건어물도매상 윤광숙씨(53·야)는 『우선 가격부터 물어보거나 이름만 대충 내놓고 몇개 싸달라는 손님들이 의외로 많다』며 『그러다보면 우리겨레의 전통명절을 외국것으로 지내기 쉽다』고 주의깊게 고를 것을 당부했다.<이문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