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는 살아있다] 1. 세계문화유산과 동북공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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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과 중국내 고구려 유적이 오는 6월에 나란히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에선 중국의 ‘동북공정’과 이에 맞서는 국내 학계·일반시민들의 목소리가 드높다. ‘고구려는 살아있다’시리즈를 통해 1천5백년의 잠에서 깨어나 우리 곁에 다가 온 고구려를 다양하고 깊이있게 분석한다. [편집자]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신들 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은 우리에겐 일종의 문화 충격이었다. 중국에 있는 고구려 유적만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맞물리면서 충격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걱정과는 달리 북한.중국의 유적이 함께 문화유산에 등재될 것이 유력시되면서 고구려사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는 '만주땅은 우리 것'이란 차원을 넘어 보다 장기적.근본적 차원에서 역사를 보는 관점을 성숙시켜야 한다는 방향으로 모아진다.

전문가의 견해를 종합하면 우리의 대응 방안은 두가지로 모아진다. 하나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위원회'(위원장 최광식)와 '한국 고대사학회'소속 고구려사 전문가들의 견해로, "고구려를 깊이 보자"고 제안한다. 무엇보다 고구려에 대한 이해 수준부터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단독 등재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고 안심해선 안된다는 지적과 연결된다. 세계유산 등재를 기점으로 중국 측이 '고구려의 평양 천도 이전은 중국사의 일부'라는 주장을 강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동북아시아 혹은 동아시아 역사 전체의 관점에서 고구려의 위상을 새롭게 자리매김하자는 것이다. 주로 서양사학자나 근현대사 연구자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근대 국가의 영토와 국경 개념을 고대 역사에 그대로 대입해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며, 자칫하면 힘의 논리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한국.북한.중국이 모두 참여해 공동으로 동아시아 역사를 연구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北京)에 체류 중인 백영서(연세대.중국현대사)교수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의 일반 지식인과 민중은 우리와 달리 '고구려 역사 문제'자체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백교수는 "중국은 비(非)발전 변경지역 개발의 일환으로 오래 전부터 서북.동북 지역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이 과정에서 서북지역은 경제발전이, 조선족이 많이 사는 동북지역은 역사해석 문제가 주로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통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이 국경문제 등을 염두에 뒀을 수는 있지만, 이에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도 "고구려 문제는 기본적으로 학문적 토대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과의 외교분쟁 같은 사태는 문제의 본질과도 동떨어질 뿐더러 피차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북공정이란=중국사회과학원 직속 기관인 '변강사지연구중심(邊疆史地硏究中心)'에서 2002년 2월부터 추진해온 '동북변강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을 줄인 말이다. 중국 동북지방의 역사.지리.민족 문제 등과 관련된 주제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국가적 차원의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고구려를 비롯한 고조선.발해 등 한국 고대사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왜곡하고 있음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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