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있는고향>다래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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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살어리 살어리랏다/청산애 살어리랏다/멀위랑 다래랑 먹고/청산애 살어리랏다/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누구에게나친숙한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1절이다.기실 다래나 머루 이외에도 산에 들어가면 심심풀이 삼아 따먹을수 있는 산 과실들이 계절에 관계없이 다양하다.순전히 한국적 토양과 기후속에서 자란순종의 무공해 食物들이.다래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의 것은 어디로 숨고 양다래라는 이름의 서양산 키위가 우리의 미각을 침범하고 있음을 본다.오늘 우리는 비록 체구는 왜소하지만 토박이인 한국산 다래를 찾아 그 열매로 상큼함을 즐기고,잎과 뿌리로 다래차를 만들어 마시도록 해보자.
본디 식물로서의 다래는 다래과의 덩굴풀을 가리키며,과일로서의다래는 등리(藤梨).미후도(후桃)등의 희한한 이름을 지닌 다래나무의 열매를 말한다.또 지방에 따라서는 목화의 열매를 일러 다래라고 하는 곳도 있다.생약명으로는 묘후도(猫 후桃)라 써놓고 미후리라 읽는데,자세한 까닭은 알수없으나 아마도 미후 혹은 목후라고 불리는 원숭이의 일종이 좋아하는 과일이라 그런 명칭이 붙지 않았나 한다.묘인삼(猫人蔘)이라는 이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다래의 기미는 평범하고 삽(澁)하다.그런즉 차로 하여 마시면약간의 떫은 맛이 느껴진다.그리고 그러한 미각이 다래차의 매력이기도 하다.한여름 산에 올라가면 다래 덩굴을 찾아 다래가 아파하지 않을 만큼만 재미삼아 잎을 따도록 한다.
집에 돌아와 통풍 잘되는 서늘한 그늘에서 말린 후 잘게 썰어보관해 두고 틈틈이 뜨거운 물에 오래 우려내 음미하도록 한다.
약용으로는 뿌리가 좋은데 영양분이 몰리는 늦가을에서 겨울철 사이에 채취해 햇볕에 말렸다가 역시 알맞은 크기로 잘라 탕전해 복용한다.직접 재료를 구하기가 귀찮거나 시기적으로 늦었다 싶으면 근처 건재상에 가서 적당량 구하면 될 것이다.위를 보호하는健胃작용 외에 해열.해독.利濕.消腫의 효능이 있어 객지에 나가음식을 먹으면 물갈이로 배탈.설사 를 한다거나 소화불량.변비.
장염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마시면 좋다.술을 지나치게 마시거나 과로로 인한 간염에도 효험이 있으며 황흔(黃痕).관절동통(關節疼痛).기관지염.해수(咳嗽)를 다스리는데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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