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WHO 특별자문관 된 신영수 서울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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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건강도 경영입니다. 제한된 보건예산으로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으로 임명된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신영수(申英秀.61) 교수는 개인이든 국가든 건강을 위한 돈 씀씀이에는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자문관은 연간 11억달러에 달하는 예산의 집행 등 WHO의 주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핵심 브레인. 申교수의 판단 여하에 따라 저개발 국가의 평균 수명이 달라질 수도 있는 막중한 자리다.

"지금까지 WHO는 말라리아 등 전염병 예방사업에 치중한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젠 암.당뇨.심장병 등 만성질환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인체 지놈 사업 등 첨단 의학에 대해서도 다국적 제약회사 등 거대 자본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WHO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후진국을 위한 자선단체 쯤으로 인식되어온 WHO가 선진국과 중진국의 보건 문제까지 아우를 수 있는 명실상부한 국제기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申교수는 196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그는 환자를 보는 의사의 길을 택하지 않고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에서 의료와 경영을 접목시킨, 당시로선 생소하기만한 의료관리학을 전공했다. 한국인으로선 처음이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은 국내 의료계에 본격 도입될 예정인 포괄수가제에 관한 내용이다. 질병마다 치료비를 미리 책정해 의사들의 과잉 진료를 해결하려는 제도다. 2002년 초부터 1년4개월 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진료 행위의 적정성 여부를 과학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평가모델을 개발하는 등 의약분업 정착과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보건의료 살림 전문가로서 지구촌 보건 경영에 나선 그가 지적하는 국내 의료의 최대 문제점은 무엇일까.

"지금도 의사의 과잉진료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보험공단 등 1만여명의 인력이 연간 1조원의 비용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와 의사간 불신의 골은 나날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부당청구 감시 등 정부의 개입만으론 한계가 있지요."

그는 환자와 의사 간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위해 의사들의 자정 노력과 양심 진료를 뒷받침할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申교수는 신동방그룹을 이끌었던 신명수(申明秀.63)회장의 동생이며, 한국제분 이희상(李喜祥.59)회장과는 사돈 간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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