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발 인사실험' 그 후 200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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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대학과 같은 여러 기관에서 인사 혁신을 하면서 철밥통 깨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부산시 연제구청 공무원 600여 명이 시민들에게 믿음을 주고 칭찬받기 위해 '다시 뛰는 공무원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부산=송봉근 기자]

일을 안 해도, 능력이 없어도 '한번 공무원이면 정년 보장'.

울산시와 울산 남구청이 이런 관행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지난 1월 '철밥통 깨기'에 나선 지 15일로 200일을 넘었다. 그동안 전국의 공직사회를 뒤흔든 '울산발 인사실험'에 참여한 기관도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중앙정부.대학교.은행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퇴출 기준도 주변의 평가를 1차적 잣대로 삼았던 수준을 넘어 직무 태만, 업적 고과, 과다한 빚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퇴출 대상이 개인을 넘어 실적 없는 부서까지 확대됐다.

◆전국 49개 기관으로 확산=인사실험에 동참한 기관은 24곳이고 25곳이 준비 중이다. 지자체의 경우 서울.부산.경남도 등 6개 광역단체와 경기도 부천, 강원도 원주, 전북 군산, 경북 영덕 등 13개 기초단체가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올해 하반기 시행 예정인 제주도.충남 아산.전남 목포 등 14곳과 제도를 마련 중인 대전시.전북도.충북 음성 등 5곳을 포함하면 모두 38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중앙정부(행정자치부와 과학기술부)와 한국은행이 가세했고, 서울대.전북대 등 대학도 일정 기간 승진심사에서 탈락하는 교수를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동참했다. 농협중앙회.부산교육청.도시철도공사 등 준비 중인 6곳을 합치면 지자체 이외에 철밥통 깨기에 참여한 기관이 11곳에 이른다.

◆진화하는 퇴출 기준=초기의 일부 지자체는 퇴출 후보 선정을 둘러싸고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행자부는 6월 퇴출 후보 19명을 선정하면서 '2년 연속 근무 평정.다면 평가에서 하위 2%에 포함된 직원 가운데 음주운전, 무단결근, 지나친 부채 등 11개 기준에 해당되는 사람'이란 객관적 잣대를 내놨다. 또 인천시는 최근 선정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위해 시정연구관(퇴출 후보) 선정과 관리를 전담하는 평가담당관실을 신설했다.

서울시는 4월 3급(국장)부터 말단까지 102명을 현장시정추진단(보직 박탈된 퇴출 후보들이 근무하는 곳)으로 보내는 채찍과 함께 우수 공무원을 특별 승진시키는 '성과 포인트제'란 당근책도 도입했다. 대다수 기관이 퇴출 후보를 일반 직원과 격리시켜 쓰레기 수거 등 단순 현장업무에 투입하는 것과 달리 충북 제천시는 부적격 간부의 보직을 박탈하고 자신보다 하급직 팀장의 지휘하에 일하도록 하는 '보직 아웃제'를 도입했다. 또 제주도는 연말평가를 통해 업무성과가 상위 10%인 부서는 기구 신설.증원을, 하위 10%로 처진 부서는 통폐합 또는 정원 감축을 통해 퇴출시키기로 했다.

이기원.홍권삼.정영진 기자<keyone@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울산발 인사실험=게으르고 태만하거나 업무능력이 떨어져도 쫓겨날 걱정이 없어 철밥통이란 비난을 받는 공무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울산시와 울산 남구청이 1월 실시한 인사 시스템이다. 업무 성적이 현저히 떨어지는 공무원들에게 과장.동장.계장 보직을 박탈하고 일정 기간 허드렛일을 맡긴 뒤 개선 여부를 따져 복직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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