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美투자기업 한국담당이사 이병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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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금융시장 개방이 본격화되면서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자본과 국내기업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系 교포들의 활약이 부쩍 많아진 추세.
미국 뉴욕의 월街에 본사를 둔 다국적 투자전문기업「CS 퍼스트 보스턴」의 한국담당 이사 李丙虎씨(38.미국명 호버트 리 엡스타인)도 그중 한 명이다.
초대 보사부차관을 지낸 李甲秀씨(작고)의 아들인 그는 중학교1년때 미국으로 건너가 81년 UCLA大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취득했다.
졸업과 동시에 크래커.뱅커스트러스트등 미국은행에서 증권시장 담당으로 일했다.
李씨가 90년 여름에 현재의 회사로 직장을 옮긴뒤 우리나라를포함,대만.홍콩.태국.싱가포르등 아시아 11개국의 증권시장을 맡아오다 올해부터는 아예 한국시장만을 전담하게 됐다.
『GNP 대비 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율이 한국은 36%에 불과합니다.그만큼 성장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외국 투자가들엔 매력있는 곳이지요.미국은 현재 73%이고 일본은 97%,홍콩은 무려2백55%나 됩니다.한국에 대해 금융시장 개방폭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자꾸 나오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李씨는 지난 90년말 삼성물산이 국내 최초로 주식예탁증서(DR)를 해외에 팔 당시 주간사를 맡은 소속 퍼스트 보스턴社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서통.삼양사.현대자동차 등과도 거래한 덕에 국내업계와는 비교적 낯이 익은 편.
그는 외국자본이 다룰 수 있는 한국의 증권물량이 제한된 탓에해외시장에 나오는 한국산 DR나 전환사채(CB)등은 매우 인기가 높다며 앞으로 국내 채권시장이 외국 투자가에도 활짝 열리기를 은근히 바랐다.
또 국내 증권사에도 국제감각을 갖춘「프로」들이 많은데 놀랐다며『한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므로 걱정이 된다』며 웃었다.
李씨는 그러나 최근의 張玲子사건을 예로 들어『한국 금융기관들이 인력이나 시스팀.노하우가 충분한데도 위험부담을 기준삼지 않고 안면과 압력여부에 따라 대출해 주는 것은 문제있다』고 조심스럽게 꼬집었다.
그는 현재 부인.외아들과 함께 홍콩에서 살고 있다.
추리소설에 몰두하며 잠시나마「돈」을 잊는 것이 취미.
〈盧在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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