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과세」만이 도·차명 차단”/장영자사건으로 관심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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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부 「97년 5월」 목표 준비중/봉급생활자 자진신고 “부담”/대상 1천만명 추산… “일부는 분리과세” 고심
장영자사건이 교훈을 준게 있다면 실명제와 종합과세는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시켰다는 점이다.
종합과세가 된다고 차명·도명이 없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종합과세가 되지않고서는 실명제가 원천적인 허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은 분명히 보여주었다.
정부는 ▲올해 기초자료 수집,전산망·전산인력 확충 등 준비작업을 한뒤 ▲내년에는 소득세법 등 관련법규를 정비하고 ▲96년에 발생한 이자·배당소득부터 처음 적용해 ▲97년 5월에는 첫 종합과세 신고를 받는 등의 것으로 일정을 잡고 있다.
종합과세란 말 그대로 여러가지 소득을 모두 합한 총액을 세금부과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사업·부동산임대·기타(강연료 등) 소득같은 것은 이미 종합과세토록 되어있는 반면 이자·배당소득은 특별한 경우(거액 회사채이자,비상장주식 배당 등)를 제외하고는 분리과세하고 있다. 이 소득도 모두 합해 과표로 삼겠다는게 종합과세다.
종합과세가 되면 우선 도명거래는 더 이상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이 은행에서 원천징수돼 남의 이름을 훔쳐서 예금을 해도 들키지 않을 수 있지만 종합과세가 되면 이름을 도용당한 사람에게 난데없이 이자·배당소득 등이 매겨지게 되므로 금방 탄로가 난다.
또 소득세가 누진세율체계로 되어있어 차명거래도 지금처럼 쉽지않다.
종합과세 시행후에 이름을 빌려줘 자신의 소득이 실제보다 많아질 경우 훨씬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고 계산도 까다로워 분리과세되는 지금처럼 쉽사리 이름을 빌려줄 수가 없다.
종합과세가 세부담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다.
현재는 이자소득이 얼마건 똑같은 세율(21.5%,세금우대저축 제외)이 적용된다.
그러나 종합과세가 되면 이자 등을 포함한 전체소득이 얼마냐에 따라 세율(5∼45%)이 적용되므로 21.5% 미만의 세율을 적용받는 봉급생활자(연봉 약 2천5백만원 이하)들은 이자소득세 부담이 오히려 지금보다 낮아진다.
종합과세를 위해서는 세무서나 납세자나 모두 품이 크게 늘어난다.
현재는 회사에서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있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종합과세가 되면 스스로 자신의 월급과 은행예금에서 받은 이자나 보유주식에서 생긴 배당금 등을 합쳐 일일이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
현재 사업·임대 등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은 95만명 수준이나 이자·배당소득까지 합산과세가 될 경우 근로소득자들이 대거 종합과세 대상으로 편입되면서 5백만∼1천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세무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이와함께 국세청은 종합과세를 위한 구체적인 전산망 확충을 세법 개정후부터 나서기로 하고 우선 올해중에는 ▲직원 4명당 한대꼴인 PC를 2명당 한대꼴로 늘리고 ▲소득세과와 전산실을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준비를 갖출 계획이다.
한편 종합과세에 따른 일부계층의 조세저항도 우려된다.
지난해 8월 실명제를 전격 단행하면서 종합과세는 96년이후로 미룬 것도 실무적인 준비기간외에 심리적인 완충기간이 필요하다는 측면도 고려한 것이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시행초기에는 일정 금액이상의 이자·배당소득에 대해서만 종합과세를 하고 그 이하는 분리과세 또는 분리·종합과세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따라서 이 「일정규모」를 얼마로 잡느냐가 최대 현안이다. 크게 잡을수록 조세마찰은 줄겠지만 종합과세를 하는 취지는 퇴색되는 딜레마가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민병관·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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