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간벌기 명분에 집착/IAEA와 협상지연 이유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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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미 양국 “제한사찰” 고집엔 강경/다음번 대미 협상카드 활용 포석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이사회(2월21일)를 3주 남짓 앞두고 북한 핵시설물에 대한 사찰문제가 그 이전까지 결판이 나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주 빈에서 재개될 북한­IAEA간 접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 양국도 2월21일을 굳이 시한이라고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북한 핵사찰 문제가 이때까지도 가닥이 잡히지 않을 경우 이를 유엔안보리로 회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무엇보다 북한 핵안전조치의 연속성 유지여부를 최종 판가름하는 IAEA의 정기이사회가 이날 열리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IAEA의 대화판을 깨뜨리지 않고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이 기간안에 사찰을 수용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북한이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결과를 무시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지났으며,사찰을 끝내 거부하면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 스스로 잘 알고 있어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찰은 결국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의 하나 북한이 최근 미국이 한국 정보지원팀을 가동시키고 주한미군에 패트리어트미사일 배치검토를 빌미로 사찰에 부정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사찰 실시가 상당기간 지연될 수도 있다.
이와관련,한승주 외무장관은 『패트리어트미사일 배치가 현재 진행중인 북한 핵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일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북한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가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것이 협상을 깨뜨리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30일 이를 두고 『조선반도의 정세를 극도로 무모한 전쟁국면으로 몰아갈 도발적 책동』이라면서 『우리는 미국과 남조선의 위험한 적대행위와 새 전쟁도발 책동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북한이 IAEA와의 협상을 지연시키는 이유를 ▲IAEA와의 현격한 견해차 ▲북한 내부의 입장정리 ▲지연전술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북한은 뉴욕접촉에서 IAEA가 요구하고 있는 영변의 7개 핵신고시설에 대한 임시·통상사찰을 수락키로 했지만 그 성격에 다른 입장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수행하는 정규사찰 차원이 아닌 핵안전조치의 연속성 유지를 위한 제한적인 사찰」로 해석하는 반면 미국이나 서방측은 사실상 「전면적 범위에서의 임시·통상사찰 수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은 명분을 중요시하는데 반해 한미 양국은 실질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또 북한은 뉴욕 협상결과를 놓고 내부 강경세력의 저항을 무마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지연전술로 보는 사람들은 북한이 사찰협상에 최대한 양보를 끌어내고 미진한 부분은 다음번 한미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라고 포석한다.
정부는 이 분석을 토대로 북한이 늦어도 다음달초까지는 IAEA와 협상을 마무리짓고 곧이어 사찰팀이 입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이 경축하는 김정일의 생일이 2월16일이어서 사찰팀의 입북이 그 이후로 늦춰지고 따라서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 등 후속 협상도 3월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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