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공포/시민제보 한건 없어/피해신고 꺼려 범인검거 지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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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3인조」 강·절도 전국 확산/한밤 개인택시 흉기로 위협 금품강탈/서울/공기총 소지 3인 승용차 빼앗아 도주/창녕
경찰의 총동원령을 비웃기라도하듯 서울에서 17번째 3인조 강도사건이 또 발생하고 이를 모방한 3인조 강도사건까지 등장했으나 시민들의 신고정신이 실종,강도사건은 전국적으로 확산돼가고 있다.
시민들은 강·절도를 당하면 보복이 두렵거나 조사받느라 경찰에 불려다니는 것이 귀찮아 신고하지 않고 이웃이 피해를 보았을 때는 남의 일로 치부하거나 혹 소문이 나면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 등을 우려하는 이기주의 때문에 신고·제보를 기피,범인 검거를 지연시키고 범죄확산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신고·제보 실종=서울 서초구 잠원동 H아파트의 주부 노모씨(44)는 26일 오후 3시50분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승용차를 닦다 강도범으로부터 흉기로 옆구리를 찔려 4주 이상의 중상을 입고 승용차를 빼앗긴후 밖으로 기어 나와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웃주민과 경비원 등 10여명은 누구 하나 경찰에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데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 지켜만 볼 뿐이었다.
이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최근 도난사고가 빈발,노씨가 사고를 당하기 전날에도 주민들이 반상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신고해봤자 도난품을 찾기는 커녕 귀찮기만하고 소문이 나면 오히려 아파트값만 떨어져 좋을 것이 없다는 의견이 많아 신고가 뒷전으로 밀렸었다.
17일 발생한 목동아파트 3인조 강도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유희춘씨(25)도 모두 27건의 강도행각을 털어놓았지만 이중 5건만 경찰에 신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3인조 사건에 1천만원의 현상금이 걸렸지만 발생지 관할인 서울 서초·방배·강남경찰서엔 사건 관련 제보가 아직 1건도 없는 실정이다.
◇사건 확산=31일 0시5분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세영창고뒤 골목에서 서울3 아2559호 모범개인택시(운전사 김진문·40)를 타고 가던 20대 청년 3명이 김씨를 흉기로 위협,현금 15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31일 오전 4시10분쯤 경남 창녕군 이방면 송곡리 배수장앞 도로에서는 공기총을 가진 3인조 강도가 르망승용차를 몰고가던 허동철씨(23·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월성아파트 나동 409호) 등을 위협,차를 세운뒤 자신들이 타고온 프레스토승용차 트렁크에 허씨 등을 가두고 르망승용차를 빼앗아 대구방면으로 달아났다.
◇검거=경찰은 지난 17일 발생(9번째)한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김모씨(53·여) 집 3인조 강도중 강호연씨(25·대구시 서구 원대동)를 붙잡아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여죄를 캐고 있다.
경찰은 또 서울 은평구 역촌동 편의점 강도범으로 윤모(18·전북 남원 S고 3)·배모(18·무직)군 등 2명을 붙잡아 강도상해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달아난 정진근씨(22·무직)를 수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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