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입선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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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호드기 풋내음에 마음 문이 열리는 날 목청 트인 개울물살 자진모리로 신명나고 겨우내 묻어둔 꿈은 꽃다지로 돋았었네 멍석 베고 누운 마당 별빛 총총 부서질 때 찰옥수수 하모니카로 복더위를 갈앉히면 무논의 개구리 울음 하얀 박꽃 깨웠었네 우경화〈경북봉화군봉화읍도촌2리 배나무집〉 깊이를 알수 없는 가을볕 짧아질즈음 귀여린 풍경보다 솔바람 먼저 와서 이끼 낀 석탑꼭대기쪽빛 가득 그린다 마음문 빗장 사이 부끄러운 기억들이 연화좌로앉은 산에 단풍처럼 열려있어 비로소 매골을 잰 뒤 저 놀 속에태운다 엄동현〈부산시진구당감3동 주공아파트310동201〉 ***봄 느낌 토담안 밤을 지킨 민들레 풀씨 하나 쑥대머리 마당비도 머리 감는 바람이여 발갛게 불을 피우는 아궁이 속 참나무 시냇물 흘러가도 물빛은 死色인데 천변의 버드나무 그도 머리 틀어올려 먼산에 눈짓 보내며 그네 타는 장터 길 백정분〈청주시강서동우정아파트1동810〉 ***자갈치 거친바다 몰고 온 등푸른생선들이 할딱이는 아가미로 목숨내민 도마위에 절망은 노을로 번져 물이드는 자갈치 파도의 울음으로 시린삶 비늘털고 집어등 불을 켜면 파장이는 자갈치 만선의 풀무질한 꿈 三冬 언발 부빈다서희자〈서울시구로구시흥본동873의40〉 ***번 개 나누지 못할 사랑 차라리 깨어져라 깊숙이 베인 상처 한 줄기 江이 되라메마른 가슴을 적셔 하늘길을 본 순간 남승열〈경남김해시동상동시장안 국제의류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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