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정경>행정규제 日서도 따가운 눈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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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日本 서점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책은 「관료」 또는「官」과 관련된 것들이다.
『官製불황』『관료의 불평』『일본 인허가제도의 전부』『일본관료여 어디로 가는가』『관청의 규칙』…등 한결같이 관료를 질타하는책들이 베스트셀러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관료가 요즘들어 언론의 집중비판을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 일본사회를 지탱해온 주춧돌이었던 것 만큼은 명백한 사실이다. 유능하기로 소문난 일본관료는『서양을 따라잡자』는 메이지(明治)유신이래 일본의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 일본주식회사를 모범적으로 경영해왔다.
관료는 생산자.정치가를 서로 끈끈하게 묶어 정치적 안정속에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원동력이 됐다.
『정치가는 글렀지만 관료가 있어 일본은 안심』이라는 말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칭송을 받던 일본사회의 총아인 관료를 비판하는책들이 지금 서점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규제완화로 총칭되는「소비자중심 사회만들기」가 정치개혁과함께 일본사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다.
히라이와 가이시(平岩外四)經團連회장은 이에대해『관료들에 의한행정규제가 일본사회를 생산자중심의 사회로 만들었고 이는 강한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
그러나 이제부터 국제화시대를 맞아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개방을 전제로한 소비자중심사회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기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행정규제는 바로 관료들의 힘의 원천이었다.
관료들은 행정규제로 기업을,기업은 정치자금으로 정치인을,정치인은 예산편성권과 인사권으로 관료를 각각 견제해왔다.소비자들은이같은「먹이사슬」식의 利權구조에서 배제됐다.
그 결과 부자나라 日本의 소비자들은 엄청난 엔高와 무역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가에 허덕인다.또 기업이 돈을 아무리 벌어도 내일을 위해 사내유보를 하거나 재투자를해야 하므로 근로자들은 성장의 과실에서 소외됐다 .
일본이 서방선진7개국(G7)중 1인당 국민소득은 선두이면서도실질 생활수준이 최하위라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런가 하면 관료와 정치.기업의 밀착으로 일본의 정치는 부패했다. 요즘 출간되는 관료비판서들은 바로 이같은 구조를 타파,「소비자들에게는 성장의 과실을 돌려주고 시장은 개방해 다른 나라와 함께 살자」는 취지에서 행정규제 완화를 부르짖고 있다.물론 엄청난 조직과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관료집단 은 이에 철저히 저항할 태세다.
지난해 언론에서 행정규제완화를 그토록 강조했지만 93년 인허가건수는 92년보다 오히려 늘어난 1만건을 넘었다.행정규제를 받고 있는 산업은 일본 국민총생산(GNP)의 40%가 넘는다.
이에따라 일부에서는『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총리가 행정개혁을 성사시키려면 여론을 배경으로 집권시 사무차관들의 사표를 받는 强手를 썼어야 했다』(森田實.정치평론가)며 이미 행정개혁은 失機했다고 비관적으로 보기도 한다.
[東京=李錫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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