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돈·돈/증시로… 증시로…/고삐풀린 주가 얼마나 오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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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예탁금 1주째 최고치 경신 행진/기관만 재미 소액투자자는 손해/공급물량 확대등 정부 진정책 불구 활황
주가가 단기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종합주가지수 9백선을 단숨에 돌파하고 다시 이틀만에 9백50선을 넘볼 정도로 연일 급상승 행진을 벌이고 있다. 아무리 증시 안팎의 여러가지 여건이 좋다지만 정부가 지난 14일 1차 진정책에 이어 28일 추가 진정책까지 내놓았는데도 주가가 치솟는 것은 아무래도 정상적인 움직임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주가는 올들어 계속 오르다 기관투자가에 대한 위탁증거금 부과와 대주제 부활을 주내용으로 하는 「1·14 증시진정책」이후 이틀 간격으로 오르내림을 거듭하면서 일시적으로 조정국면을 보여왔다.
그러나 「1·14 진정책」이 사실상 별게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당국이 주가가 급등할 때마다 꺼내 휘두르던 증안기금 보유주식 매각이라는 「몽둥이」도 맞을 때마다 「면역」이 생기면서 증시에 다시 불이 붙었다.
○사흘새 51P 올라
지난 22일이후 1주일동안(개장일수 기준)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75포인트나 올랐고 특히 지난 27일이후 3일동안에만 51포인트 올랐다.
게다가 증시의 공급물량 확대를 골자로 하는 추가진정책마저 주가 급상승세를 누그러뜨리는데 당장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것은 이번 조치가 짧은 시일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쇼크 요법」이 아니라 원론적인 대책이어서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 조치내용인 금융기관 증자확대가 오래도록 장에서 소외되었던 대중주의 대표 주자격인 금융주에 오히려 매기를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증시가 폭발적인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시중자금사정이 풍부해진데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설비투자확대 등 경기진작을 위해 시중에 풀어놓은 돈이 금융실명제로 인해 부동산 등 「갈 만한 곳」이 대부분 봉쇄되고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다보니 결국 「유일한 탈출구」인 증시로 몰린 셈이다. 풍부한 돈의 힘으로 주가를 밀고 올라가는 「금융장세」가 빚어졌다는 이야기다.
고객예탁금이 지난 21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한데 이어 28일(3조8천2백28억원)까지 내리 1주일째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어쨌든 현재 증시가 대세상승기에 진힙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나아가 종합주가지수가 1·4분기내 1천을 돌파하고 연말에 이르러서는 1천2백까지 육박하리라는 증권가의 전망도 그리 황당하게 들리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주가 양극화 심화
그러나 문제는 현재 실물경기의 실적이 뚜렷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이처럼 증시가 급하게 달아올라도 되는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증시에서는 주가는 엄청나게 올랐지만 그 과실은 모두 기관투자가 등 덩치 큰 투자자들이 거둬들였고 일반 소액 투자자들 가운데는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이른바 「주가 양극화현상」의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은행·보험사 등이 가뜩이나 저금리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금수요까지 거의 없자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테크성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원인이 있다.
이들은 외국인들이 도입한 「기업의 내재가치에 따른 정석투자」 개념을 원용,고가 우량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뒤 의도적으로 이들 주식 가격을 띄워 올리는 「수익률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는데 고무된 일반 투자자들이 너도 나도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고가 우량주는 가격이 워낙 센데다 가지고 있는 돈이 많지 않은 탓에 대량의 주문을 낼 수 없다보니 할 수 없이 「괜찮아 보이는」 대중주나 저가주에 손을 대게 되는데 이 주식들은 한결같이 요지부동인 것이다.
○깡통계좌 속출
저가주 하락세가 오래 지속되면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에서 상당수 계좌가 담보비율이 부족해진 계좌,이른바 「깡통계좌」로 전락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깡통계좌」는 올들어 증권사마다 30∼1백개씩 생겨 29일 현재 1천5백개를 넘은 것으로 잠정집계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증권가는 앞으로의 주가 추이를 점치기에 바쁘다.
증권 관계자들은 당장 정부의 2차 증시진정책을 놓고 그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누구나 이견이 없지만 단기적으로는 예상이 엇갈린다.
정부의 주가급등에 대한 진정의지가 확고한데다 이번 조치가 나온 시점이 대형 우량주들이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을 느끼는 때여서 일단 조정국면이 올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반면 금융주와 저가주를 중심으로 매기가 옮겨다니면서 종합주가지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온다.
단기전망과 관련해서는 내달 12일로 예정된 투신사의 한은 특융 상환규모가 어떻게 결정될지,투자 메리트를 줄이기 위한 또다른 조치가 있을 것인지의 여부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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