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사건 위증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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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보측 주장 뒤엎는 증인 나타나/수수문제와는 별도로 규명해야
국회에서의 위증혐의가 발단인 돈봉투사건이 또다른 위증혐의로 번지는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돈봉투사건은 원래 자보 경영진들이 노사분규에 대한 지난해 국정감사 증언에서 위증혐의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돈봉투사건이 터진뒤 김택기 자보 사장과 이창식전무·박장광상무 등이 지난 27일 노동위에서 행한 증언 역시 위증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의 김말룡의원이 자신의 돈봉투 수수 및 반환을 증언해줄 사람들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보경영진들의 증언과 김 의원측 증언을 대비해보면 판이한 내용들이 드러난다.
김 의원에 대한 돈봉투 공여여부에 대해 박 상무는 『전혀 그런 일 없다』 『사실이 아니다』고 단호히 부인했다. 김 사장도 『돈봉투 자체가 없다. 그런 돈을 봉투에 담은 일도 없다. 새정부 출범이후 사정이 로비에 집중돼 한번도(돈을) 준 적 없다』고 말했다.
박 상무의 친구인 안상기씨(전 포철 부설연구소 수석연구원)와 김 의원의 노동계 후배인 박수근씨 주장은 다르다.
안씨는 28일 오후 김 의원과의 전화통화에서 『박 상무 그 사람 큰 일 내겠다. 사실대로 시인하고 사과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일이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씨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김 의원은 전하지만 두사람은 검찰 조사에만 응할 수 있다는 말을 남긴채 행방을 감추어 버렸다. 또 하나 엇갈리고 있는 중요증언은 바로 돈봉투 반환이후 사과를 겸한 식사를 했느냐,안했느냐 하는 점이다.
김 의원은 박 상무가 안씨를 통해 연락해 박 상무 등 4명이 식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상무는 『(김 의원이 식사를 같이했다고 주장한 11월에는)김 의원을 만난 적도 없다. 12월10일께 집으로 찾아갔으나 못만나고 이틀후인 12일 다시 찾아가 회사측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한 적은 있다』고 부인했다.
김 의원이 말하는 식사장소인 청파동 양평민물매운탕집 주인 아들인 김정호씨(32)와 다른 종업원은 29일 오후 기자와 만나 박 상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씨와 종업원은 『11월 중순께로 기억되는데 박 상무·김 의원,그리고 얼굴을 모르는 다른 두사람이 2시간 가량 식사를 했다. 박 상무는 부근에 사무실(자보 서울영업본부)이 있기 때문에 얼굴이 익고 김 의원은 TV에서 봤다. 계산은 박 상무가 외상으로 했는데 영수증뒤에 자신의 사인을 하고 명함을 남겼다. 영수증은 박 상무 사무실의 여직원이 다음날 계산하고 찾아갔으나 명함은 남았다』고 말했다. 한 식당 종업원은 그 증거로 박 상무의 명함을 찾아내 기자에게 제시했다. 자보 경영진들의 위증여부는 의원들의 수뢰의혹을 밝히는데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이며 돈봉투건과 함께 조사가 뒤따라야 할 문제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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