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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 두 은행장 인선 난항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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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 사퇴엔 “입김” 선임은 “자율” 강조/외부영입 가능성 커… 경영공백 길어질수도
실명제를 위반했다 하여 은행장을 물러나게 한 것까지는 쉬웠으나 정작 어렵게 된 것은 이제 새 은행장을 어떻게 뽑아야 하느냐는 문제다.
지난해 동화은행장이나 상업은행장을 뽑을 때처럼 정부는 또 행장 추천위원회가 있지 않느냐며 「뒷짐」을 지고 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뜻에 따라 은행 임원이 사표를 써야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가슴이 서늘해졌을 금융계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자율적으로 사이좋게 새 행장을 뽑을 수 있겠는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에도 자칫 경영공백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새정부 출범이후 더욱 인사와 경영 등 금융의 자율화를 소리높여 이야기했다. 실제로 은행장 추천위로 하여금 행장을 뽑도록 제도를 바꿨으며 「참고가 될만한 이야기」도 가급적 하지 않으려 들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대한 문책을 은행감독원의 특검도 채 끝나기 전에 발표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탓에 「역시 아직도 은행인사는 정부몫」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됐다.
이같은 인상은 한달도 남지 않은 다른 은행의 정기주총에서 결정되는 임원 인사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리란 우려가 많다. 역시 어딘가에는 「밉보이지 않아야」 살아남거나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끔 조장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홍재형 재무부장관은 최근 은행 경영인 모임에서 『아직도 일부 은행에서는 재무부에 인사청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이번 사건으로 행장들은 「타율」로 물러났는데 정작 새 행장을 뽑는데 정부는 종전대로 여전히 「자율」로 하라고 강조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대목은 두 은행의 전무와 감사가 모두 문책경고를 받도록 「예정」돼 있어 이들은 행장직무대행은 할 수 있지만 행장으로 승진하지는 못하게 역시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아래 상무가 행장이 되기도 어려운 판이라 외부인사 영입이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재무부나 한국은행에서 새 행장감이 나갈 수도 있겠지만 「타율」로 은행장을 물러나게 한 상황에서 약간 껄끄러울 것이다.
동화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경합을 벌였던 민수봉 상업증권 사장,주병국 투자금융협회 회장 등이 다시 물망에 오를 수 있으나 이북 5도 등 지역간 파벌이 심한 이 은행의 형편을 볼 때 「지역을 초월한 외부의 경험있는 인사」가 영입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새 행장 선임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경우 경영공백상태가 오래 가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두 은행의 형편이 더 곤란해질 수도 있다.
두 은행은 부실채권이 많은데다 지난해의 사정바람에 행장이 물러난 후유증이 남아있어 경영이 어렵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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