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가보자>27.블랙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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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오늘날「블랙홀」은 국민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알 정도로 유명한말이 돼 버렸다.이는 블랙홀이 현대과학의 가장 경이로운 대상중하나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빛까지 빨아들이는 지옥」「시공간의 무서운 구멍」「천문학 세계의 괴물」등 블랙홀에 관한 말은 무수히 많지만 불과 30~40년전까지만 해도 블랙홀이 실제로 우주에 존재한다고 믿는 학자들은 많지 않았다.
그도 당연한 것이 예를 들어 우리 지구의 반지름이 1㎝보다도작아져야만 비로소 블랙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한반도를 반지름 1㎝ 크기의 공모양으로 만들기도 불가능해 보이는데,하물며 지구 전체를 그렇게 작게 만들어야 한다니 쉽게 믿어질 일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 천문학의 항성진화이론과 현대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은 블랙홀의 존재를「보장」해 주고 있다.예를 들어 태양질량의약30배가 넘는 별은 죽어서 필연적으로 블랙홀을 남겨야 한다고믿어지고 있는 것이다.
블랙홀의 질량에는 한계가 없다.원리적으로는 약 10만분의1g짜리부터 무한대의 질량을 갖는 것까지 모든 경우가 가능하다.
실제로 대부분 은하들의 중앙에는 태양 질량 1억배 정도의 거대한 블랙홀들이 존재한다는 관측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스티븐 호킹박사에 따르면 우주 초기에 만들어진 소립자만한 원시 블랙홀도 우주에 많이 있었어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블랙홀의 존재 여부를 논하는 시대는 완전히 지난 셈이라고 말 할 수 있다.블랙홀에 관한 책이 헌 것인지 새것인지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목차에 이러한 여러 종류의 블랙홀이 다 언급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되는 것이다.
『블랙홀은 그다지 검지 않다』는 호킹박사의 유명한 말은 블랙홀이 모든 것을 흡수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내놓기도 한다는 뜻으로 「놀부 블랙홀」과「흥부 블랙홀」의 양면성을 강조한 말이다.이론천문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가져왔던 호킹박사의 이업적도 발표된지 이미 20년이 다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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