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물가>5끝.임금.물가연계 사회적 합의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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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남편이 국내 굴지의 대그룹계열사 부장으로 있는 주부 金모씨(41)는 최근 몇년새 人事와 임금협상이 진행되는 연말연시때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돈 문제에는 애써 무관심해지려고도 해봤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득달같이 오르는 각종 공공요금과 애들 학원비,가벼워지는 명절 장바구니,특히 올해는 담배값도 올라 이미 적잖은「인상요인」이 있는 남편 용돈도 내몰라라 할 상황이 아니다.
애들이 크면서 돈 쓸 일은 늘고 더욱이 적어도 물가 오르는 만큼은 더 올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올해도 신문을 보면 일찍임금조정을 마친 대기업들의 임금인상폭이 3%운운하는 걸로 보아별 기대할 게 없으리란 짐작이 든다.
자신의 손으로 세워,이젠 중소기업티는 벗어난 개인기업을 경영하는 朴모씨(40)는 연말연시를 또다른 두려움으로 맞는다.
만드는 물건의 절반이상을 일본과 미국등에 수출하는 朴씨는 올해는 월급을 얼마나 올려줘야 하나,이만큼 올리면 종업원들이 빠져 나가지 않을까,이러고도 채산성을 맞출수 있을까 이러저러한 계산을 뽑느라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 일쑤다.
임금을 어떤 잣대로 정하느냐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기본적으로 노동의 수요,공급에 따라 정해지는 가격이라지만 기본적으로그렇다는 얘기고 현실은 그렇게 단순한 도식만으로 이뤄진게 아니다. 물가가 오르는데 임금이 따라 오르지 않으면 근로자는 앉아서 減俸을 당하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나온것이 물가가 오르면 이를 임금에 반영토록하는이른바임금물가연동제지만 이 또한 각국정부마다 생각이 다르다.50년대초 이 제도를 도입한 이탈리아는 임금물가연동이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측면을 강조,85년 국민투표를 통해 폐지했다. 네덜란드같은 나라는 이 제도가 생산.고용의 안정을 가져온다는 측면에 더 큰 비중을 두어 65년부터 임금과 사회보장혜택에광범위 한 연동제를 실시하고 있다.어떤 해석을 내리든「선택」의문제지만 중요한 것은 그 선택이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지난 87년 이후 이른바 三低호황과 정치상황의 변화속에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한 국내임금은 곧이어 뛰귁 시작한물가,그리고 세계경제의 침체로 인한 수출부진과 맞물리면서「성장의 報酬」에서 갑자기 물가상승과 수출경쟁력 저하의 主犯으로 몰리는 상황이 됐다.
너도나도 임금안정을 호소했고 그 결과 지난해는 노사 대표단체간에 이른바중앙임금합의라는 것을 끌어 내기도 했지만 사실상 정부지도로 마지못해 손을잡은 이런 합의가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는의문이다.
또 임금을 눌러 단기적으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선진국을 지향하는 우리가 갈 길이냐 생각해 보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걸핏하면 물가와 임금의 악순환구조를 끊어야한다지만 물가가 오른 만큼은 더받아야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보면 왜 고리는 항상힘없는 봉급생활자가 먼저 끊어야하는가 하는 물음이 안나올 수 없다. 이는 결국 사회적 합의의 문제이며 정치경제학의 영역이다. 이 점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올해 또 한번 형식상의 중앙합의를 한다해도 얽혀있는 문제를 풀 수가 없다. 〈朴泰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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