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삼칼럼>마음의 벽을 여는 대화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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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지막 기여였을까.지난주 공교롭게도 丁一權前총리와 하루 차이로 세상을 떠난 文益煥목사는 우리들에게 삶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보게 해주었다.
지난 19일자 中央日報「왈순아지매」는「어떤 삶을 살 것인가」라는 철학적 命題아래 두 사람의 삶을 이렇게 대비했다.
「한 평생 체제밖 荊棘」 「체제옹호 榮達」 공교로움이 겹쳐 1년차이의 중학교 동문이기도 한 두 사람의 삶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대조적일 수 있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故文益煥목사는 그의 생애 후반기를 오로지 분단의 장벽을 뚫는데 바쳐왔다.통일의 열망은 7천만 겨레 누구의 가슴 속에도 자리잡고 있는 것이나 그의 열망은 유달랐다.그는 단지 열망할 뿐아니라 열망하는만큼 행동했다.그래서 그는 비판자 들로부터「소영웅주의자」「감상적 통일주의자」「몽상가」,심지어「북의 꼭두각시」라는 비난까지 받았다.그도 자신의 행동이 감성과 열정에 한가닥뿌리를 두고 있음은 인정했지만「새로운 시대의 등불은 언제나 꿈같은 이야기에서 시작된다」며 그런 비난들에 개의치 않았다.
그의 이런 열정적 행동이 통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는 쉽게말하기 어렵다.다만 지난날 그에게 퍼부어졌던 비난들을 되새기면서 새롭게 깨닫는 것은 분단의 벽은 국토의 허리에만이 아니라 국토의 남단 안에도,우리들의 머리와 가슴 속에도 엄연히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통일에 대한 열망에 있어선 모두들 文목사에 못지 않다고 자부한다.文목사 비판자들도 그런 자부에서 그를「소영웅주의자」「몽상가」라 불렀을 것이다.그러나 그가 남긴 글들을 읽으면서 확인하게 되는 것은 적어도 그의 가슴 속에는 분단의 벽 이 없었다는점이다.그 점이 그와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과의 차이였다.
그는 통일의 원동력이 될 우리 사회의 민주적 힘이 엄청나게 커졌음을 기뻐했다.그러나 역대 정부가 우리 사회에 北에는 없는이러한 힘이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지 않고 오히려「밑에서 치솟는 국민의 민주적 힘을 反국가적 힘이라고 오판 」하는데 대해개탄했다.
그가 떠난 후 그의 빈소에 줄을 잇는 조문객들의 면면을 보면서 적어도 그의 삶과 사고엔 분단의 장벽이 없었다는 점과 그가지적한「치솟는 국민의 민주적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평소 그와 뜻을 같이했던 사람들 뿐 아니라 그를 비판했 던 사람들도 정중한 조의를 표했다.
조문객들의 수도 많았고 직업적으로도 각계각층이었다.사회장은 아니었으나 사회장 이상의 정성과 관심이 모인 장례였다.그는 그가 그토록 바라던 통일은 이룩하지 못했으나 우리들의 손만은 맞잡아주고 간 것은 아닐까.
분단의 역사를 살아오면서 우리들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분열과갈등을 빚어내왔다.그것들은 文民정부가 들어선 이 시점에도 여전히 우리들의 발목에 채여 있는 족쇄가 되고있다.
이데올로기의 대립,그 연장선에서의 3,5,6共시절의 비극이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그런 시절의 직접적 피해자들에게 그것을 잊어버리자고 말하기는 어렵다.그러나 역시 우리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제는 그것을 大乘的차 원에서 용서해나가야 한다.그리고 마음 속의 장벽을 허물어나가야 한다.
丁前총리와 文목사의 삶에서 극명하게 대비되었듯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삶의 指向이 제각각인 것이 인간사회다.우리들은 오직공통분모를 크게 하기위해 노력해나갈 뿐 그 차이를 완전히 해소할 현실적 수단은 갖고 있지 않다.그런 이상 서 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이해와 공존은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는 시장경제 원리를 존중하는 사회다.그렇다면「생각」도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요즘 우리사회의 캐치프레이즈는 국제화요 세계화다.국제화되고 세계화된 나라치고「생각」을 시장 원리에 맡기지 않은 나라는 없다.
***생각도 市場원리따라 최근 새 정부는 前대통령들을 초청해과거와의 화해 분위기를 만들었다.그들에 대한 평가는 역사의 숙제로 맡겼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으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것은 그것이 우리 사회의 모두를 껴안는 大和解로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 사회의 기본적 갈등인 政權갈등.지역갈등.분배갈등.
保革갈등.勞使갈등.世代갈등을 일거에 해결하는 길은 사회세력간의大妥協에 의한 大和解 밖에는 없다.정말 우리들이 세계로 나아가려면,분단의 벽을 허물 힘을 축적하려면 다른 代案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우리는 우선 4천만의 화해와 통일부터 이룩해야 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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