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면 캘수록 부도액 “눈덩이”/은감원 어음부도사건 특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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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명의는 김주승씨,돈은 장씨 손에/대부분 신금서 할인 미회수 많아
은행감독원의 특검은 장영자씨가 어떻게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했으며,이 과정에서 금융기관 직원들이 어떻게 관련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은감원은 기본적으로 이번 어음부도 사건을 장씨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사기사건으로 보고 있다. 장씨가 새로운 사업을 추진중 자금사정이 어려워졌으며 이를 모면하기 위해 이 기업 저 기업을 끌어들여 어음을 발행토록 했으며,상호신용금고에서 주로 할인하는 수법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은감원의 특검이 진행될수록 부도어음 등 사고금액이 커지고 있다. 22일 오후 현재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고금액은 총 2백92억1천4백만원으로 나타났다.
포스시스팀 등 5개 관련회사의 어음부도액 2백48억6천9백만원,서울신탁은행 압구정지점에서의 불법 예금 인출액 30억원,김주승씨가 대아 등 3개 상호신용금고와 제주은행에서 빌린 15억3천4백만원을 합친 액수다. 이중 금융기관의 피해액은 삼보신용금고 35억9천만원 등 76억5천만원이다.
은행감독원은 검사 6국을 중심으로 18명의 특검반원이 21일 오후 4시부터 6개 은행 7개 지점과 3개 상호신용금고에 나가 철야 조사중이다. 은감원은 특검을 진행하면서 관련 금융기관이 나타나면 곧바로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장씨의 사위 김주승씨는 조흥은행 이촌동지점에 개인사업자로서 당좌계좌를 갖고 지난해부터 거래해왔다. 김씨가 이곳에서 어음할인을 받았다가 부도 낸 금액은 15억4천만원이며,수표 12장과 어음 9장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22일 오후 현재 이곳에는 조흥은행 본점의 검사팀이 나와 조사를 하고 있는데,은감원은 조만간 이곳에도 특검반을 보내기로 했다.
김주승씨는 제주은행 영등포지점에서도 92년 11월 3천만원을 빌려갔는데 아직 2천5백만원을 갚지 않았다.
은감원은 김주승씨가 의외로 많은 어음을 발행한 점으로 미뤄 대부분의 자금을 장모인 장씨에게 건네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상호신용금고에 나간 5명의 특검팀은 우선 이들 상호신용금고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업들이 발행한 어음을 무더기로 갖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업이 발행했으나 아직 돌아오지 않은 1백54장의 어음·수표중 삼보·대아·국민금고 등 3개 금고에서 1백여장의 어음을 갖고 있었다.
이들 어음은 대부분 이번 사건의 핵인 유평상사를 비롯,장씨의 사위 김주승씨가 경영하는 이벤트 꼬레,서울 용산전자상가의 컴퓨터 제품 판매업체 포스시스팀,유평상사에 어음을 빌려준 대명산업 등 관련기업들이 발행한 것들이다. 이들 어음중 대부분은 이들 상호신용금고에서 할인받아 장씨에게 자금이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시스팀(대표 조평제)은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컴퓨터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인데 이번 은감원 특검결과 장씨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19일 부도났는데,발행한 어음중 일부에 김주승씨가 배서한 것이 나타나 표면화됐다.
이 회사 대표 조씨는 지난해 9월 장씨 이모의 소개로 장씨와 알게 됐으며,한달뒤인 10월에 경기도 구리에 있는 장씨의 호화별장에 초대돼 『1천억원짜리 대형 레저산업을 추진중인데 돈을 내면 끼워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수표책을 백지상태로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관 은감원 검사6국장은 『이들 금고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업의 어음을 의외로 많이 갖고 있어 놀랐다』며 『이들 어음은 대부분 이미 할인해준 어음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서울신탁은행 압구정지점에 나간 특검반은 어떻게 연간 매출실적이 2천억원 정도인 작은 기업에 어음 40장·수표 40장 등 80장에 이르는 많은 어음·수표를 주었는지와 사채업자 하모씨의 예금을 불법 인출해주는 과정에서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긴급명령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지고 있다.
서울신탁은행은 21일 오전부터 본점에 대한 은감원의 정기검사를 받고 있어 정기검사와 특별검사를 한꺼번에 받는 셈이다.
동화은행 삼성동출장소에 나간 특검팀은 장근복 전 출장소장이 왜 어음에 배서를 할 수 없는 규정을 어기고 50억원어치나 해주었는지를 캐고 있다.
은감원은 이번 특검을 이번주안으로 마무리짓고 그 결과를 검찰에 넘겨줄 계획이다. 그러나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지 일주일만에야 특검에 들어감으로써 사건이 확대되기 전에 좀더 일찍 착수했어야 파문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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