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장영자,영화 집착 변화에 둔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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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3월 가석방.93년12월 연쇄 부도 끝에 잠적.
재기를 꿈꾸며 1년9개월동안「활약(?)」하던 張玲子씨가 끝내「雜犯」수준으로 전락했다.
금융계는 張씨가 10년동안 옥살이를 하면서 세상 변한 것을 모른 것 같다고 지적한다.「아 옛날이여」식으로 무리하게 과거의영화를 돌이켜 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張씨의 행보에 발목을 잡은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융실명제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張씨는 비록 대부분 가압류로 묶여 있긴 하지만 제주도 성읍목장,부산 범일동 땅등 곳곳에 있는 2천억원대의 부동산을 바탕으로 멋지게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그러나 그동안 부동산은 토지공개념 도입에 따른 종합토지세, 토지초과이득세,개발부담금 부과와 함께 실명제가 실시되면서 토지거래 허가지역 확대등으로 값이 떨어짐은 물론 거래가 한산해졌다.따라서 부동산을 토대로 돈을 만들어 보려는 구상은 처음부터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실명제는 張씨의 자금운용을 제약했다.아직도 일부 활동하고는 있지만 張씨의 형편이 극도로 악화된 지난해 10~11월은 실명제가 시행된지 얼마 안된 시점이라서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돼 있었다. 따라서 자기 돈이 별로 없이 남의 돈을 돌려서 일을 해야 되는 張씨로선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예년 같았으면 1년짜리 어음을 끊어줘도 될 것을 한달 또는 두달 짜리로 해주었으며, 짧게 돌아가는 자금순환 고리 속에서 견뎌내지 못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서울신탁은행 압구정지점장,동화은행 삼성동출장소장등을 깊숙이 끌어들이긴 했지만,아무래도 그전처럼 은행등 금융기관에서 변칙적으로 자금을 돌리고 만들어내는게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결국 張씨는 주거래은행의 지점장 金七星씨,같은 고향(목포)출신인데다 인척관계로 알려진 동화은행 張槿福前삼성동출장소장을 끌어들이는 정도였다.
기업을 끌어들이는데도 공영토건,일신제강등 그전 사고때와 같이큰 회사를 끌어들이진 못했다.그래서 폐업한 유평상사를 인수했으며 포스 시스팀,대명산업을 끌어들였다.
남편 李哲熙씨가 대표로 있는 대화산업이나 남편 친구 崔榮喜씨를 대표로 내세운 유평상사,사위 金周承씨가 운영하는 이벤트 꼬레등은 규모가 작고 신용도 취약해 자체 능력으로 은행에서 돈을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따라 서 張씨는 왕년의「어음 전문가」실력을 발휘,어음을 발행해 은행의 보증을 받아 할인하는 방법을 썼으나 이 어음 발행의 주체인 기업의 규모나 실적이 작아 한계가 나타났다.
〈梁在燦기자〉 사건.사고에도 「級」이 있는데 이번 어음부도 사태를 보면 「돌아온 張玲子」라고 하기엔 좀 「초라한 구석」이여기 저기 많다.
지난 82년의 李.張 사건 때와 비교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점은 이들 부부가 당시의 「자금 공여자」에서 「자금 조달자」로 정반대의 입장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이다.
막대한 자금을 통크게 굴리던 「큰 손」의 흔적은 간 데 없고,구차스럽기까지 한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 출장소장이나 지점장급을 상대하고 버젓한 시중 은행 아닌 상호신용금고 주변을 기웃거리다 그나마 금방 「구멍」을 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
대신 실명제를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몰라도 자신들은 숨긴 채 「껍데기 회사」를 차리고 「어음의 어字」도 모르는 「얼굴 사장」을 내세워 뭔가 「再起」를 노리려다 「初場」에 금방 실력을 드러내고 말았다.
반면 그때나 지금이나 「예금 조성」에 약한 은행원의 약점을 이용해 자금 유통을 시도한 것은,張여인이 82년 당시 일갈했던대로 『경제는 流通이다』라는 법칙이 아직도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실명제가 단행되고 금리자유화가 진행되어도 우리 금융기관의 잘못된 관행은 많은 부분 아직 그대로라는 것을 李.張 부부가 증명해 보인 셈이다.
82년 당시에는 과시할 「背後」도 든든했다.현직 대통령의 처삼촌과 처제.형부 사이라는 배경이 당시의 李.張사건을 키우는 큰 요인이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배후 대신 私債업자.은행출장소장에게나 통하는 왕년의 「명성(?)」밖에는 특별한 「信用」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최근 어음 부도에 물린 한 은행은 張여인 집으로 트럭을 몰고가 돈 대신 골동품을 실어 갔다는 後聞도 들린다.
부동산이나 골동품은 있어도 현금은 크게 쪼달리고 있음이 분명한 李.張 부부의 처지를 「거품 경제」의 맥락에서 볼 수도 있다. 이번 부도사태도 부동산에 들어가 있는 돈이 빠지질 않아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82년에는 주식 투자에 물리자 현금 흐름이 막혀 견질어음을 돌리는 통에 대기업의 부도사태를 몰고 왔다는 것이 검찰의발표였으므로,예나 지금이나 張여인은 증권.부동산.현금등의 포트폴리오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李.張부부는 가석방으로 출옥한지 2년만에 다시 사기사건의 피의자가 됐지만 아직 법을 위반했는지 아닌지는 가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왕년과는 영 달리 「轉落」한 모습으로 돌아온 李.張부부가 지난 82년같은 희대의 사건을 일으키기엔 아무래도 「力不足」인 것 같다.
〈金秀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