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30대그룹 회장 대화록(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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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단조성 민간에 맡겼으면…”/3자개입등 막아 분규 예방을/30대 총수/인간적 대우로 노사화합 가능/김 대통령
김영삼대통령이 21일 낮 30대 기업 회장들과 나눈 대화요지는 다음과 같다.
▲최종현 선경 회장=그간 서울·지방의 중소기업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공통된 의견은 지난 6년 사이 3백% 정도 임금이 급상승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노임이 상승하니 노임을 흡수할 시간도,제품을 고급화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한 3년간 임금을 안정시키고 싼 해외근로자들의 유입을 허용해주면 경쟁력이 커지겠다는 의견입니다.
금리수준도 일본·대만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노사문제가 크게 보아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사측의 노임 착취며 또하나는 사상적인 외부조종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노사화합을 깨려는 극소수의 해독입니다. 삼성은 노사화합을 위해 식사·작업복장을 통일하고 노동자에게 권익을 깨우쳐주며 인간대우를 해주고 있습니다. 임금이 두자리수로 오르면 외국의 저임 노동자 유입이 불가피해집니다.
○노사관계에 변화
▲정세영 현대 회장=금년엔 자동차부문의 노사관계에 문제가 없습니다. 노사대립이 대화와 이해관계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전에는 불가능했던 간부들의 노조행사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경총은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강조하지말고 권유해주는 정도가 좋습니다. 강제하면 강경노조가 자극이 됩니다.
▲김우중 대우 회장=노사간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는 노측이나 사측이나 불법에 대해 강력히 규제해야 합니다.
금융개방이 빨리 되어야 합니다. 자본시장에는 지난해 70억달러가 유입됐고 금년에는 약 1백억달러가 유입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제조업 분야의 외국자본 유입은 규제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로 기업 이윤을 넘어서는 10%의 금리부담을 기업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은행을 과보호하고 있습니다.
○이젠 「노경」이 옳아
▲구자경 럭키금성 회장=노사가 아니라 이제는 노경이란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라 경영자입니다.
재무부에는 공무원이 한번 들어가면 퇴직하더라도 관련업체로 계속 자리를 바꿔가며 근무해 정년을 넘어 70세까지 근무하는 형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재무부는 은행 등 산하업체들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행정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개혁 등을 내각에만 맡기지말고 직접 점검해야 합니다.
▲조중훈 한진 회장=부실기업 6개를 인수,재건해 보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인간입니다. 우리가 기업을 하는데는 새롭게 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한진해운을 오늘 같이 키운 것은 설계를 새롭게 했기 때문입니다.
공단조성을 민간에게 맡기고 이윤이 나면 세금으로 흡수하면 됩니다.
▲김선홍 기아 회장=기아자동차는 강경파가 노조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기아에서 노임을 올려 경인지역의 시발점으로 삼으려는듯 합니다. 절대로 분규를 없게 하라는 원칙을 너무 강조하면 노임을 올려주는 부작용이 초래됩니다. 적법하게 모든 것을 처리하겠습니다.
▲김상하 삼양사 사장=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무노동·무임금,복수노조금지,제3자개입금지 등 어려운 일에 확고한 입장을 정리해주기 바랍니다. 대통령께서 산업현장을 자주 찾아 화합분위기를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규제 너무 많아
▲김중원 한일 회장=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하지말라는 규제대신 하도록 하는 풍토가 필요합니다.
▲김 대통령=금년에는 서둘러 노사합의를 해주십시오. 노사화합은 꼭 돈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인간적인 대우에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년에는 지난해보다 흑자폭을 더 키우고 놀라운 경제 기적의 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합시다. 근로자·기업가,그리고 정부가 최선을 다하면 안될 일이 없습니다. 자신을 갖고 우리가 경제를 살렸다는 기록이 역사에 남도록 최선을 다합시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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