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물가>3.개방이익 소비자에 돌아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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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果川에 사는 주부 張모씨(39)는 최근 시할아버지 젯상에 쓸산적용으로 수입쇠고기 5백g을 4천5백원에 샀다.
몇해전 제사용으로 처음 수입쇠고기를 살때엔 어쩐지 不敬스러운것 같고,그래서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동의를 구하기도 했었지만 요즘은 전혀 스스럼이 없다.
가끔 한우를 사먹긴 하지만 두배도 넘는 값이 부담스러울 때가많고 수입쇠고기도 냉장고기는 맛이 별반 차이가 없는 듯 해서다.더욱이 한우라 해도 노폐한 젖소라든지,심하면 수입쇠고기를 속아 사는 것은 아닌지 잔걱정을 안해도 된다는「자 기합리화」까지보태 내심 괜찮은「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쇠고기 수입쿼타량 재조정을 위한 협상을 할 때우리측 대표들은 곤경을 치러야 했다.
쇠고기 수입은 순전히 우리 필요에 의해 기존협상에서 정해놓은수입쿼타를 2배 가까이 웃돌았고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이같은「현실적 수요」를 인정하라고 나왔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쇠고기 수입은 한우값을 안정시키고 부위.등급별 판매등 質경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원산지야 어떻든「쇠고기한근」을 크게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게 해 85년 1인당 연간 3㎏를 밑돌던 쇠고기 수요를 5㎏ 넘게 끌어올렸 다.
한때는 바나나가「가장 먹고 싶은 과일」로 꼽혔다.남방에서야 지천으로 널린 과일을 국내에선 온실짓고 기름때며 재배하다보니 큰 맘 먹고 선물로나 한번 살만큼 비싸졌고 딴 나라에선 과보호정책의 표본으로 우리를「바나나공화국」이라 꼬집기도 했었다.
요즘은 큰 배 한개값인 4천~5천원이면 들기에도 묵직한 큰 송이를 통째로 살 수 있고 선물로는 쑥스러운게 돼버렸다.
농수축산물,또는 시멘트같은 자재가 달려 값이 급등하면 정부는「수입확대」를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한다.
한때는 범죄시되던 담배가 수입되면서 전매공사는 품질경쟁에 눈을 떴다.유통시장 개방은 다양하고 편리한 각종 상점을 탄생시켰으며 수입다변화 정책으로 틀어막고 있는데도 어떻게든 쏟아져 들어오는 일제 전자제품의 압력이 국내의 기술.품질. 구색갖추기 경쟁을 촉발시킨다.
개방은 외국의 압력때문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개방은 생산.공급자에게는「경쟁」을,소비자에게는「선택권의 확대」를 의미한다.
경쟁이 있어야 기업은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효율화에 나서게되고 이는 가격인하나 품질.서비스의 개선으로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아직도 수입을 죄악시하는 풍조가 남아있지만 물건너 들어온외국제품과 국내에서도 경쟁을 못한다면 그토록 강조하는「국제경쟁력」은 벌써 물건너간 얘기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수출을 많이해 국제수지는 흑자를 내야 한다고 한다.흑자를 많이 내면 우리의 돈(원화)값이 올라가고 결국외국에서 사오는 물건값이 더 싸진다.흑자가 나서 돈값이 올라도수입이란게 없고 나가 쓸 수도 없다면 소비자로 선「풍요로움의 증가」를 느낄 수 없다.
수입은 물가의「안전판」이며 품질.서비스개선의「방아쇠」로 적극활용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수입관리.유통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해 소비자가 수입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게 하는 것이다.
오르는 값을 잡기 위해 급히 수입을 했어도 중간상인의 매점매석으로 효과를 못거두고 있는 마늘,포장을 풀어「지리산 뱀사골産」으로 위장되는 중국 산나물,농약이 묻은 과일이나 곡물,수입원가가 내려도 반영되지 않는 가격체계.이런 것들이 말해주는 허술한 원산지증명과 검역행정,부당이득 이런 것을 고쳐야 한다.
〈朴泰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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