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숙하는 이재민 많다/후유증 커지는 LA 지진 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연방구호팀 2천여명 긴급 투입/약탈대응 한인들 「자체방범」 분주
17일 로스앤젤레스를 강타한 지진은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많은 희생자와 수십억달러의 피해를 내면서 그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재작년 흑인폭동의 최대 피해자였던 한인교포들이 이번에도 가장 큰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나 또다시 큰 아픔을 겪고 있다. 아직 수습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고 전기·통신 등이 두절돼 있어 피해주민들은 노숙하는 등 불편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근하는 사람 속출
○…강진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당한 샌퍼낸도 밸리지역 주민들은 파손된 가옥으로 인한 불편은 물론 도로차단,전기·수돗물 공급 중단 등으로 극심한 생활의 불편을 겪고 있다. 업소나 직장 등 생계수단을 거의 로스앤젤레스에 두고 있는 이 지역 주민들은 연휴가 끝나 생업에 복귀해야 하지만 당장 집안정비를 서둘러야 할 판이어서 결근하는 사람들이 속출.
지진발생 다음날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했다는 교포 이장훈씨(36)는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유일한 지름길인 5번 프리웨이가 차단되는 바람에 돌아오느라 평소 30분 걸리던 출근시간이 4시간이나 걸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루만에 75명 체포
○…날이 저물면서 LA 일원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으며 경찰과 주방위군이 만일의 약탈사태에 대비해 순찰에 돌입,하루만에 75명이 혼란을 틈탄 약탈 등 혐의로 체포됐다. 한인타운에서는 비디오업소 등 2곳에서 약탈이 발생했다는 보도에 따라 대부분의 한인업소는 가게 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
한인타운의 방범조직인 한인청년단·태극방범단 등은 각각 수개의 조로 나눠 한인타운을 돌면서 자체 방범활동을 펼쳤다.
○관광산업 부정영향
○…경제전문가들은 지진 재해가 가옥 매매와 집값 상승 둔화·관광부진·해운비용 및 교통비 상승 등과 관련,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남부 캘리포니아 경제에 내년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주요 호텔과 관광지중 심각한 피해를 본 곳은 없지만 40만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고 관광객들의 연간 직·간접 지출이 2백억달러에 달하는 관광업계는 지진에 의한 장기적인 충격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92년 로스앤젤레스 흑인 폭동과 지난해 산불에 이어 이번 지진으로 고속도로가 붕괴되고 건물이 불타는 모습이 TV를 통해 전세계에 방송됨으로써 로스앤젤레스의 이미지가 나쁘게 비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로스앤젤레스에 대한 투자계획 변경,주민이주 등 심각한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
○…지진으로 로스앤젤레스 일원에는 5만여 가구에 전기가 끊겨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0여만 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주요 송수관이 대부분 파손됐기 때문에 수돗물 공급이 재개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
○복구·주택자금 지원
○…미연방정부는 지난 17일 로스앤젤레스 일대를 강타한 지진 피해지역을 복구하기 위한 지원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미 관리들이 18일 밝혔다.
연방비상관리국(FEMA)의 리처드 크림은 약 2천명의 구호팀이 벌써 LA 복구현황에 투입됐고 필요할 경우 추가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며 이재민들에 대한 복구자금 대출 및 고용,주택지원도 정부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
그는 또 현재까지 단전된 전력의 약 75%가 복구됐음에도 불구하고 1백10만명의 주민들이 여전히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등 완전 복구까지는 수주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병원들은 밀려드는 환자들로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환자들이 물밀듯 몰려오고 있으나 이들을 치료할 의료진이 절대 부족하다』고 호소.<로스앤젤레스 지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