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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맑은 물… 안심은 금물(한강 긴급진단: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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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사항목 대부분 기준보다 밑돌아/지천이 문제… 방심땐 악화가능성
서울 등 수도권 1천8백만 시민들의 생명줄인 한강물,과연 안심하고 마실 수 있을까­. 낙동강 오염사건을 계기로 전국 하천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일보는 한강도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재단법인 한국수도연구소(소장 김원만박사)와 공동으로 한강 본류는 물론 월문·왕숙·중랑·경안·복하·금마천 등 6개 지천의 한강수질에 대한 긴급진단에 나섰다. 특히 이번 조사는 국내 처음으로 환경처가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14개 수질환경기준외에 오염요인이 될 수 있는 주요 무기·유기물을 포함,43개 항목별로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현장 취재기와 분석결과를 3회로 나눠 연재한다.<편집자주>
한강의 건강상태는 이번 조사결과 「일단 양호」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시민들이 우려할 만큼 심각한 오염항목은 발견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검사항목이 음용수 기준치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체나 생태계에 축적돼 심각한 유해작용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유해 중금속인 6가크롬·비소·카드뮴·수은·납 등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한국수도연구소가 같은 기간에 조사한 한강 본류(팔당대교)와 낙동강 본류(달성 원수)를 비교하면 두지역의 오염도 차이는 뚜렷이 나타난다.
팔당대교 지점의 경우 ▲철 0.07 ▲망간 0.03 ▲알루미늄 0.08 ▲마그네슘 2.72 ▲암모니아성 질소 0.81PPM 등이었다.
반면 달성 원수는 ▲철 0.33 ▲망간 0.16 ▲알루미늄 0.44 ▲마그네슘 5.90 ▲암모니아성 질소 2.60PPM으로 나타났다.
모든 수질항목이 낙동강의 오염도는 한강에 비해 3∼4배 이상 높다.
중요 환경수질기준중 하나인 용존산소량도 금마천 6.0PPM(2급)을 제외하고 모든 지천이 상수도 1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결과만 보면 한강의 상태는 분명 낙동강보다 건강하며 취수원으로 일단 양호하다고 판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한강의 안전성을 입증해주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평소 불안한 상태나마 수질기준을 간신히 버티던 낙동강이 갈수기와 일부 공장의 무단방류가 겹치면서 「검은 물」로 변했듯이 잠시라도 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한강은 순식간에 오수로 뒤덮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런 개연성은 충분히 엿보였다.
카드뮴·수은·납 등에 비해 유해성은 덜 하지만 망간·니켈·알루미늄 등 인체에 해로운 금속류가 국내외 음용수 기준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알루미늄이 든 물을 장기간 마시면 알츠하이머병이라는 노인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으며 니켈도 기준치 이상이 함유된 물을 수십년간 먹으면 신경장애나 과민성 피부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유해 금속은 한강 본류보다 지류에서 더 많이 검출되며 같은 지천중에서도 금마천과 복하천이 중랑천이나 경안천보다 훨씬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마천 복하천의 경우 철·망간·알루미늄·암모니아성 질소 등의 항목에 있어 음용수 기준치를 훨씬 넘어 조사지점 가운데 가장 오염도가 심한 지역이었다.
이번 조사는 「한강은 일단 안심」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앞으로 한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잠시라도 허를 보일 경우 제2의 낙동강 오염사태가 수도 서울에서도 재연될 수 있음을 예고해준 것이다.<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사회부=이하경·이규연·채규진·이훈범·정태수·권태동·이현상·김동호·예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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