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율.공동체정신 일깨운다-대구국교생 민들레학교 겨울캠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오후 활동은 무엇으로 할까.』 『「겨울느끼기」로 주제를 정했으니 저기 새재에 올라가 놀자.』 『아니야,어제 내린 눈을 리트머스시험지로 관찰하는 게 어떨까.』 『바람이 쌩쌩 부는데 다함께 연을 만들어 날려보면 정말 겨울 기분이 날거야.』 13일 오후1시,겨울방학을 맞아 어린이들의 자치공동체 「민들레 학교」가 열리고있는 충북괴산군 연풍면 梨大고사리수련관.문경새재 정상이 바라보이는 2층 기숙사의 한방에서 11명 어린이들로 구성된 모둠(소집단)「5더하기9」가 오후에 벌 일 활동을 놓고 토의를 벌이고있다.
저마다 하고싶은 놀이를 얘기하고 나름대로 이유를 댄다.「겨울을 느낄수 있는 활동」을 하기로 미리 방향을 정한 어린이들이 격론(?)끝에 채택한 것은 연날리기.
가오리연.방패연등 각자 원하는 연을 스스로 만들기로 했지만,재료인 댓살이 없자 대나무토막을 구해 서툰 솜씨로 직접 자르기시작한다.
만드는 법을 모르는 몇몇은 다른 친구들의 지도를 받기도 했다.3시간넘은 씨름끝에 환성을 지르며 自作鳶 11개를 모두 하늘에 띄우는데 성공했다.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9일동안 진행된 「94 겨울 민들레학교」.大邱시내 국교교사 10여명과 대구교대생 40여명으로 짜여진 교육연구모임「민들레 민들레」(대표 金禧東.대구斗山국교 교사.(053)(743)7687)가 지난해 여름방학 에 이어 두번째로 연 「우리 이 겨울을 한껏 느껴요!」란 주제의 캠프.大邱시내 국교생 1~6학년 1백61명이 참가,「자유」와 「평등」이 조화된 자치공동체를 건설했다.
이 캠프는 조편성부터 어린이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구성했다.「같은 동네 친구들끼리」「남녀 절반씩」처럼,원하는 집단형태를 적어내게 한뒤 비슷한 어린이들 10여명씩으로 생활의 기본단위인 13개의 「모둠」을 만든 것.모둠마다 토론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활동을 정하고 실천했다.
어린이들이 자율적으로 의견을 말하고 설득과 토론을 거쳐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은 진지함을 넘어 긴장감마저 돌아 「언니」「아재」로 불리는 지도교사가 간섭할 여지를 주지않았다.
『모든 일을 우리가 정해 한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있는지 몰라요.처음 토론에 참가해 의견을 낼때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기껏 「어디서 놀자」같은 얘기만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연관찰활동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주장해요.』 모둠「5더하기9」의 金鎭萬군(12.대구서평국6년)은『학교에 돌아가면 내 의견을 뚜렷이 말할 자신이 생겼다』며『자율정신을 좀더 기르기 위해 중학생이 되어서도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캠프를 주관한 「민들레 민들레」대표 金교사는『획일화된 학교교육에서 억눌려왔던 아이들의 자유를 되살리되「나의 자유가 소중한만큼 너의 자유도 소중하다」는 공동체의 평등정신을 조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金교사는 집단규율에 순종하고 교과서공부만 잘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기존 교육방식은 어린이들의 창의성과 자주성을 꺾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율적인 행동공간을 마련해주면 어린이들은 초기엔 시행착오를 겪다가도 결과적으론 더 큰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치교육이 방학때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까닭에효과가 중단된다는 참가어린이와 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주최측은 캠프가 끝난뒤 지속적인 후속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한다.
국교 2년생 딸(8)을 캠프에 보낸 어머니 趙永秀씨(35)는『대부분 학교가 40~50명을 한반에 몰아놓고 발언기회 한번 주지 못하는 현실에서는 학부모 개개인이라도 아이가 좀더 많은 자유를 향유하도록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한것 같다 』고 말했다.
〈姜贊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