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안보 “양대 기둥” 공조부각/미­러 정상회담 무얼 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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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 핵실험금지·북 핵사찰 「한목소리」 조율/「러」 개혁 지원등 경제문제는 간단히 처리
이번 미­러 정상회담은 미국과 러시아에 의한 세계안보 경영이라는 측면을 강하게 부각시킨 회담으로 세계문제의 해결에 있어 미국과 러시아의 역할공조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하게 한 흔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가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를 완전철거하는 협정에 공동 조인하고 북한을 비롯한 핵개발 의혹국들에 대한 공동저지노력에 합의함으로써 핵억제와 안보부문에 있어 양국의 유대를 과시하는 성과를 남겼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는 지금까지의 미­러 정상회담과는 달리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지원책이나 경제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책무를 강조하는 내용이 『미국은 러시아의 민주개혁을 지지한다』고 간단하게 표현된 대신 대량살상무기 파괴 및 폐지문제,북한 핵문제,중동문제,유럽안보문제,인권문제 등의 안건들은 대부분 자세히 언급되어 있다.
특히 핵문제에 있어 미국과 러시아의 절대적인 우위를 보장하면서도 세계안보에 가장 큰 위험으로 간주되고 있는 핵문제를 없애는 원칙·기초가 다져졌음을 과시하면서 핵을 포기할 경우 핵포기국가의 안보를 보상해주겠다는 선언을 내놓고 있고 오는 95년에 평가회의를 갖게 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무조건적인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자국의 핵미사일로 상대방을 겨낭하지 않겠다거나 유럽안보의 잠재적인 위협이던 우크라이나 핵문제가 3자회담을 통해 해결의 기초가 다져졌다는 내용들은 바로 이러한 사실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 미­러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유럽지역의 안보환경에 있어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안보 논의는 불가하다는 러시아측 입장을 보다 더 명료하게 부각시켰다.
한편 한국의 입장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과거 예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량으로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가 구체적으로 자세히 언급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양국 정상은 한 목소리로 북한에 대해 NPT의 사찰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북한 핵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핵문제가 해결된 마당에 현재 골칫거리로 남아있는 다른 핵보유국 및 보유의심국가들에 대한 양국의 압박원칙이 한반도에까지 연장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핵실험금지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계속 강행하려는 중국에 대해서는 핵실험금지를 촉구하는 내용으로 압박하고 있으며 NPT 가입을 거부하고 있는 인도나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NPT체제 확대와 무조건적인 조약의 연장으로 압박하는 대신 북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공동선언 문구를 통해 압박하고 있는 것이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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