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새벽을여는사람들>7끝.김포공항 베테랑관제사 이대근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KE005 고도 2천으로.활주로 상황 정상.오른쪽 활주로에착륙하라.』 6일 오전6시25분 金浦국제공항 관제탑.동이 트려면 아직 이른시간 어두운 활주로에 착륙하는 대한항공 005편의기장과 교신하는 관제사 李大根씨(42)의 목소리가 숨가쁘게 이어졌다. 드디어 착륙.숨을 돌리는 李씨의 얼굴에는「무사히 끝났구나」하는 안도의 웃음이 핀다.
『항공기가 관제구역에 들어온 순간부터 활주로에 내릴 때까지 잠시도 한눈을 팔수가 없습니다.잠깐의 실수나 부주의가 엄청난 사고를 부른다는 생각에 한대 한대 이.착륙할 때마다 숨을 죽이게 됩니다.』 경력 21년의 베테랑 관제사인 李씨도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순간에는 초년병시절과 마찬가지로 긴장을 풀 수가 없다.밤새도록 활주로를 점검하고 오전6시쯤 도착하는 첫 항공기를 맞으며 새벽을 여는 李씨는 『오늘도 날씨가 좋아야 될텐데』하는 생각으로 서서히 밝아오는 동쪽 하늘을 바라본다.
『관제사는 관제구역내 모든 항공기의 움직임을 지시하고 감독하는「하늘의 교통순경」입니다.항공기가 안전하고 신속.질서있게 비행하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하지요.』 李씨가 관제 일을 시작한 것은 73년부터.공군기술고등학교를 다닌 李씨는 수백명의승객을 태운 항공기를 무사히 이.착륙시키는 스릴에 매력을 느껴관제를 전공했고 졸업후 공군에 입대해 관제사의 길을 걷게 됐다. 81년말 제대후 金浦관제소에서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만12년이 넘어 5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끄는 주임을 맡고 있다.
『金浦는 하루 5백대가 넘는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세계적 규모의 공항이지만 휴전선과 수도권등 비행금지구역이 많아 관제에 어려움이 커요.관제사의 숫자도 외국공항에 비해 크게 부족해 비행기가 몰리는 오후에는 말 그대로 눈코뜰새 없습니 다.』 연말연시.명절등 모두 쉬거나 고향을 방문할때 오히려 늘어나는 항공수요 때문에 비상근무해야하는 것도 李씨의 어려움이다.명절에 고향의 부모님을 뵙고 조상께 차례를 지내지 못하는 것이 항상 죄스럽지만 긴장 속에서도 하루일과를 무사히 마치고난 후의 보람은무엇보다도 크다.
『날로 항공수요가 급증하는데다 금년에는 국제화.개방화 바람과함께 한국방문의 해가 겹쳐 항공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관제사들 모두가 최선을 다해 단 한건의 사고도 없도록 하는 것이 올해 가장 큰 소망입니다.』 李씨는 동쪽에서 퍼지기 시작한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이며 이제 막 창공에 떠오른 항공기를 바라보면서 금년 한해 모든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기원했다.
〈尹碩浚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