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주한 이스라엘대사 아쉘 나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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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대인 중에 세계 정상의 예술가나 학자등이 유난히 많다고 해「타고난 천재」가 많은 민족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교육을 통해 타고난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데 대한 유대인들의 남다른 관심과 노력 덕분이겠지요.』 駐韓 이스라엘 대사관이 92년 다시문을 연뒤 서울에 부임한 아쉘 나임대사(64).
그는 마침 유엔이 94년을「세계 가정의 해」로 정하는 바람에더욱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족문화와 가정교육에 대해 각별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는다.협동공동체인 키부츠에는인구의 3%만이 살고 있는데도 분야별 뛰어난 인물이 배출되고 있는 것도 돈보다 성취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말한다. 『이스라엘에도 이제는 핵가족이 일반화됐지만 평생을 통해 가족들이 서로 돕고 희생하며 서로간에 친밀한 유대를 유지하는 전통은 대체로 여전합니다.자녀교육에 큰 비중을 두는 점도 마찬가지고요.』 나임대사는「유대인 어머니」는 자녀가 두세살 무렵부터 성경을 읽어주는등 성경때문에 교육을 특히 중요시하게 됐으며,그 결과 문맹률 0%인 민족이 됐다고 말한다.
또 2천여년간 나라없이 전세계에 흩어져 떠돌며 살아야 했던 소수민족으로서 박해받고 쫓겨나기 일쑤였던 그간의 사정도「교육민족」의 전통을 강화시켰다고 밝힌다.순식간에 잃어버리기 십상인 재산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는 지식을 머리속에 넣어주는 것이 유대인들에게 훨씬 안전한 투자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상당수의 이스라엘 여성들이 직장을 갖게돼 가정의「시멘트」역할을 하면서「유대인 어머니」다운 자녀교육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는 아쉬워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어느 직장이든 빼어난 보육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도 직장여성들이 직업때문에 자녀교육을 소홀히하게 방치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직장여성기구의 주장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진 탓이라고 전한다.
『아들 둘,딸 하나를 키우면서 아들.딸 구별없이 네살쯤만 되면 집안일을 돕도록 가르쳤는데 이는 설거지나 청소해 놓은게 너무 엉터리여서 아이들이 잠든뒤 부모가 다시 할망정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책임을 나눠맡아야 한다는 정신을 길 러주기 위해서였다』며자신의 가정 이야기도 들려준다.
오는 4월 이스라엘 하이파의 골다 메이어 마운트 카멜 국제훈련센터가「여성,가족,사회」를 주제로 세계 가정의 해 기념 국제세미나를 주최하는 것도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험과 지혜를 서로 나누자는 취지라고.
예루살렘대학에서 히브리法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나임대사는 핀란드와 에티오피아대사를 지냈다.지난 92년 한국에 부임,울산.강릉.속초.광주.여수등 각지에서「유대인의 2세교육」에 대해 강연하는등 교육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金敬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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