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의 진짜재미 극장 미개봉 秀作들 소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국내 비디오시장은 철저히 극장개봉작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편이다.비디오시장에서의 대여 성적은 극장에서의 흥행성적과 거의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이에 비해 미개봉작인 경우는 대개 대여 성적도 신통치 않다.일단 극장에서 개봉한 작 품에 비해 지명도가 낮기 때문에 그만큼 찾는 팬들도 적게 마련인 것.
그러나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았던 좋은 작품을 만날 때만큼 비디오 보기의 진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순간도 드물다.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 중에는 의외로 수작들이 많다.
프랑스의 파트리스 르콩트감독이 89년에 만든『살인혐의』(우일)는 지난해 출시된 유럽영화중 단연 최고의 수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은 작품이다.이웃사람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자폐증적 중년사나이의 맹목적 사랑이 몰고온 비극을 그리 고 있는 이영화는 심리묘사가 뛰어난 스릴러물이기도 하다.
파리의 교외에 사는 재단사 이르는 어느날 이웃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용의자로 지목받는다.진짜 범인이 누군지 알고있는 그는 그러나 침묵한다.
왜냐하면 범인은 그가 짝사랑하는 이웃집 소녀의 남자친구이기 때문이다.
호주출신의 프레드 셰피시 감독이 만든 『어둠속의 외침』(세경)은 실제 호주에서 일어났던 유아실종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 메릴 스트리프의 빛나는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마이클과 린디 부부는 주말 지방에 놀러갔다가 아이를 잃어버린다.끝내 아이를 찾지못한 이 부부는 아이가 들개에 끌려간 것으로 판단하지만 사람들은 이 말을 믿지 않는다.
린디는 결국 당국에 의해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고 이 재판은 호주 전체를 떠들썩하게 뒤흔들어 놓는다.여론에 의해 그녀가 당하는 피해를 영화는 생생하게 보여준다.
『위대한 탄생』(CIC)은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컨트리 가수 로레타 린의 생애를 그린 전기영화다.켄터키주의 한 탄광마을에서 태어난 로레타 린이 컨트리뮤직의 여왕이 되기까지 과정을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화려한 스타의 이 면에 도사린갈등의 삶을 아주 솔직히 묘사한다.그녀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전반부의 서정적 묘사가 특히 뛰어나다.주인공역을 맡은 시시 스페이섹은 이 영화에서의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감독은 마이클 앱티드.
『베로니카의 이중생활』로 국내에 알려져 있는 폴란드 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감독의『십계』(분도시청각)는 성서의 십계명을 계율에 따라 한편씩 영화화한 이색작품이다.폴란드와 독일이합작해 TV용으로 만든 이 영화는 현대인의 도덕 적 불감증을 냉정하게 비판하고 있다.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은 형제의 의견이다를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남편 친구와의 관계로 생긴 임신을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 소재 자체는 대단히 진부하다.
그러나 감독은 이 뻔한 이야기에 대단히 정밀하면서도 사색적으로 접근한다.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 관객과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이 감독의 의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10부작으로 전부 보기위해 10시간이나 걸린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
〈林載喆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