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접객부 처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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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 여성협/“남녀평등·법형평성 잃은 처사”/검찰·법원/“여자접객부보다 사회에 해악”
『여자접객부가 남자 손님들을 접대하고 퇴폐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용인되고 남자접객부(속칭 호스트)가 심야 유흥업소에서 여자 손님들을 상대로 술시중을 든 것을 처벌받아야 하는가.』
부산지검이 7일 유흥음식점 허가없이 속칭 호스트 20여명을 고용,심야에 여자 손님들을 상대로 술시중을 들게 한 혐의(풍속영업 규제에 관한 법률위반)로 부산시 중구 부평동4가 니콜호스트바 업주 한영삼씨(32)와 호스트 10명을 구속하자 이들의 처벌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을 구속하면서 적용한 법규는 지금까지 심야영업을 한 업주들을 처벌하는데 곧잘 동원돼 왔던 것이나 호스트들은 적발되더라도 구속이 거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자접객부들도 이같은 경우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그러나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일단 「사회통념상으로나 법률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영장을 발부한 법원측도 『종업원까지 처벌하는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전통적인 가치관에 지나치게 어긋나는 호스트·호스트바를 근절키 위해서는 부득이한 결정이었다』며 특히 『여자들이 남자접객부와 함께 밤늦도록 술을 마신다면 사회 각계에 미치는 해악이 남자들의 그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재인변호사도 『독버섯처럼 번지는 퇴폐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업주는 물론 종업원까지 처벌하는 것은 마땅하며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검찰·법원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 법조계 일부나 여성단체회원들은 『남녀평등과 법집행의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권병변호사는 『풍속영업규제법의 주된 목적이 업주를 처벌하기 위한 것인데 약자의 입장인 남자종업원들까지 구속하는 것은 인권보호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또 부산여성단체협의회(회장·정현숙) 소속 젊은 여성들은 『호스트바의 비정상적인 영업행위를 옹호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같은 법집행과 판단은 모두 남성중심의 사고에서 비롯된 또 다른 횡포』라며 『사회를 건전하게 하는 것은 여자들만의 짐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중에는 심지어 『만인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 남성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적용되고,남자들이 건전치 못한 행동이 사회분위기를 흐려놓고 여자들만 금욕적인 생활을 하라는 것은 앞뒤가 잘못된 일』이라고 강한 어조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었다.<부산=정용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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