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독자노선 고집/EU 외교 “삐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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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의장국… 유고내전 해결에 혼선가중/“세르비아 지지” 돌출행위로 사태악화
유럽연합(EU)의 새 의장국이 된 그리스가 독자외교노선을 고집함에 따라 지난해 11월 발표된 마스트리히트조약상의 공동 외교·안보정책이 큰 차질을 빚고있다.
순회의장국 그리스는 앞으로 6개월간 경기침체와 실업 등 경제적 위기에 대한 치유책과 유럽전체를 위기로 몰고있는 유고내전을 종식시킬 EU차원의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 스웨덴 등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5개국의 신규가입을 통한 EU확대 등 시급한 현안을 마무리짓고 1일 시행에 들어간 제2단계 통화통합을 매끄럽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사회당(PASOK)은 「헬레니즘 영광의 부활」을 외치며 외교·안보정책에서 EU의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어 EU를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구 유고에서 분리,독립한 신생 마케도니아공화국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하며 무력충돌도 불사할 태세여서 발칸반도는 물론 서유럽 전체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또 서방국이 유고내전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세르비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는 등 회원국간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다.
그리스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독일·프랑스 등 6개 회원국이 이미 외교관계를 맺은 마케도니아 공화국의 국호사용 문제다.
그리스는 알렉산더대왕과 아리스토텔레스의 탄생지로 그리스 북부와 마케도니아 공화국에 걸쳐있는 마케도니아 지방은 고대부터 그리스의 영토라며 「마케도니아」란 국호사용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이름을 「도용」하고 있는 마케도니아공화국은 북부 그리스를 합병시키겠다는 팽창주의적 발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무력사용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81년부터 지난해까지 집권하는 동안 반미주의와 헬레니즘의 특수성을 주창했던 파판드레우 총리(75)는 『자국의 영토를 위협하는 이웃을 방치할 수 없다』며 『마케도니아는 팽창야욕을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있으며 그리스에 대한 도발』이라고 규정,1만2천여명의 중화기병력을 국경에 배치해 놓고 있다.
반면 마케도니아공화국은 90년 독립선포 이후 그리스에 편입돼 있는 마케도니아지방을 포함시킨 대마케도니아 지도를 제작,국민들에게 배포하고 마케도니아의 상징을 국기로 채택하는 등 마케도니아의 정통성을 역설하고 있다.
1944년 티토가 그리스의 마케도니아 지방을 합병시킬 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마케도니아공화국은 슬라브·알바니아·불가리아·터키인 등이 혼재해있다. 따라서 그리스­마케도니아 분쟁이 촉발될 경우 각국이 자국민보호를 이유로 개입하게 되면 유고에 이은 발칸의 제2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 유고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EU를 긴장시키고 있다.
그리스는 이와함께 세르비아계에 대한 유엔의 제재도 「서방의 편견」으로 무시,EU와 공동보조를 거부하고 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전범재판소에 회부된 라도반 카라치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지도자를 「평화를 위한 투사」라는 칭호를 붙이는 등 친세르비아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 사회당은 80년대 집권때에도 헬레니즘 부활을 주창하며 EU탈퇴를 시도한 적이 있어 최근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등으로 결속력을 다졌던 EU는 다시 한번 시련을 겪어야 할 것이다.<파리=고대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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