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 소독 부실 병원서 병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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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위 내시경검사와 충치 치료과정에서 엉뚱하게 간염이나 결핵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在美교포의사 洪모씨(62)는 오랜만에 고국에 돌아와 매머드급규모의 첨단시설을 갖춘 모교병원과 우수한 후배의료진을 돌아보고 그간 국내의학계의 발전에 감개무량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눈살을 찌푸려야했다.내시경실에서 한 환자에게 검사를 끝내자마자 빼낸 내시경튜브를 소독액에 넣어 솔질하고 수돗물로 씻는데까지 불과 1분도 안된 상태에서 곧바로 다음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 을 목격한 것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세계소화기학회의 내시경 세척지침은물.알콜로 튜브 외부는 물론 공기와 물이 통하는 내부 통로와 조직을 떼어내는 생검기구까지 환자에게서 묻은 점액등 찌꺼기를 완전히 씻어내야 하고 강력한 살균제인 2% 글루탈알데 히드액에최소 5분이상,가능하면 20분정도 담근후 다음 환자에게 쓰도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내시경검사의 실정은 밀려드는 환자들을 처리하기에급급,제대로 소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비눗물이나 소독용 알콜로 대강 씻고마는 의원마저 있다는 것이다.
충치치료때 썩은 이를 갈아내는 고속회전 핸드피스도 위생불모지대인 것은 마찬가지다.정밀기계라는 이유로 다른 치과용기구처럼 고압멸균법을 쓸 수 없어 알콜로 닦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 알콜소독이 문제시되는 것은 이들 소독용 70%알콜이 일반세균에 대해선 살균력을 지니나 B형간염이나 에이즈바이러스.결핵균등엔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이들 바이러스가 내시경튜브 벽이나 핸드피스에 말라붙은채 1주일까지 생존이 가능하기 때 문이다.
간염은 우리나라 성인 10명당 1명,결핵은 1백명당 1명꼴이걸릴 정도로 흔한 국민병임에도 이들 환자의 내시경시술이나 충치치료는 정상인과 구별되지 않고 똑같은 기구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따라서 철저한 기구소독을 하지 않을 경우 이 들 질병의 확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서울大의대 崔康元교수(감염내과)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위내시경과 치과용기구에 대한 소독관리지침의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 보다 근원적인 문제로 낮은 의료수가를 꼽았다.위내시경의 현행 수가는 1만4천원정도로 이는 美國의 30 분의1에 불과하다는 것.따라서 환자를 한명이라도 더 보기 위해 제대로 준수돼야할 소독시간이 줄어들고 절차 일부가 생략될 수밖에 없다는것이다. 위내시경과 충치 치료는 일생을 통해 몇번쯤은 누구나 경험하게 될 정도로 중요한 국민적 의료행위인만큼 이에대한 정책당국의 관리강화와 수가 현실화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노력이 시급히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洪慧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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