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 의혹 씻기엔 역부족/「포탄사기」 수사종결 의문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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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상급자관련 「혐의」 여전히 안풀려/주씨 해외도피 못막아 시기 놓쳐
지난해말 국방부를 강타하면서 장관·차관 경질과 현직 군사령관 자택 압수수색,군수본부장 교체 등 파문을 몰고왔던 포탄수입 사기사건은 7일 검·군 합수부가 「단순사기」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일단락됐다.
합수부는 군수본부 실무자들이 업무에 미숙해 광진교역 대표 주광용씨와 무기중개상 후앙씨가 공모한 사기극에 걸려들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수사결과는 해외도피중인 핵심인물 주씨와 후앙씨 조사가 빠진 상태에서 국내 혐의자 및 참고인 밖에 수사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도 「단순사기」로 보기엔 납득키 어려운 여러 의문점이 여전히 남는다.
우선 관련업계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포탄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 몫돈이 필요해 군무원 이명구씨(구속중)의 양해아래 주씨가 위조서류로 미리 돈을 타냈다는 의혹이 남아있는데도 합수부는 이를 밝히려 하지 않았다.
특히 후앙씨가 계속 주장하고 있는 무기 위장수입 관련에 대해 합수부는 의혹이 없다고 밝혔으나 과거 사례로 보아 개연성이 있는만큼 심층수사가 이뤄져야 했다는 지적이다. 또 2년여동안 포탄도착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실무자와 주씨가 연락을 계속 유지한 사실이 상급자의 감독범위에서 벗어나 있던 점을 「군수본부의 관리부재」로만 돌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아울러 본격적인 수사 대신 국고환수를 서두른 국방부 고위층의 태도에 대해 합수부는 당시 정황을 들어 장·차관의 은폐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단정함으로써 만약 돈만 환수됐더라면 사건 자체를 덮어두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말끔이 해소하지 못했다.
합수부가 권영해 전 국방장관과 김도윤 전 기무사령관을 이와관련해 조사한 것은 은폐의혹을 밝히려는 노력이라기보다 오히려 면죄부만 준 셈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사과정에서도 군 검찰이 문제를 인지한 7월28일 이후 곧 수사에 착수,주씨의 해외도피를 막았다면 사건전모가 조기에 드러났을 것임에도 언론에 공개된 후에야 수사를 해 시기를 놓쳤다.
또 합수부가 군수본부 관계자의 공모부분에 수사를 집중해 관련자 4명을 구속했으나 이중 이명구·홍걸희씨를 제외한 윤삼성·도종일대령 등 2명을 기소유예한 것도 여론에 떠밀려 무리하게 구속했다가 결국 공소유지의 어려움을 우려해 구속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준다.
결국 합수부 수사결과는 그동안 제기된 많은 의혹을 해소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게 돼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율곡사업과 군수분야 전반에 특별감사를 실시해 제도개선의 계기를 마련토록 한 것은 유사한 사건 재발방지 차원에서 큰 소득이라 해야 할 것 같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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