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있는고향>작설차-나주 다도면이 명산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장담하건대 정말 맛있는 차,세계의 명차들과 견주어 결코 손색이 없는 차가 바로 우리의 전통 작설차다.그런데 우리는 그러한사실을 모르고 서양차를 선호한다거나,우리차는 맛없고 차마시는 법이 까다로운 줄로만 알고 있다.심지어는 현대문 명의 소외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차마시는 것이 일상적인 생활습관이 되어있는 판이다.필자는 그것이 부럽고 우리의 모습이 안타깝다.
차생활은 의례가 아니라 익숙한 습관이 되어야 한다.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우리가 외국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대접해야 마땅할마실거리는 녹차를 위시한 우리민족 전래의 다양한 차류라고 생각한다. 정초 이런저런 연유로 술마시고 나서 마시는 차는 숙취의고통을 덜어준다.신정 과세후 떡국을 너무 먹어 속이 더부룩하거나 체기가 있을 때 마시는 차는 소화제를 필요 없게 한다.냉장고에 동치미.생선부침등 먹다 남은 음식물을 보관해 두 었더니 문을 열 때마다 복합적인 냄새가 나 불쾌할 경우에는 차를 내어마시고 남은 차잎을 말려 거즈수건 따위에 싸서 넣어두면 차 특유의 탈취작용으로 냉장고 속이 청정해진다.
녹차는 우리의 몸건강 뿐만 아니라 마음을 순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등 정신건강에도 유익하다.새해에는 차마시는 일,차의 색향미와 친숙해지는 일을 작은 목표로 삼음이 바람직하다.그리고 틈틈이 차의 산지로 여행을 떠나는 여유를 가 져도 좋으리라 본다.
새해 첫주에 떠나는 차의 고향은 불회사.주소는 전남나주군다도면(茶道面)마산리999.불회사가 속한 면소재지인 다도라는 지명이 암시하듯 이 일대는 과거부터 유명한 차산지였다.지금도 사찰윗자락 야생차밭은 물경 5만평 정도나 된다.
주변의 동백과 비자숲이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곳 불회사.매일같이 산사의 법기(法氣)를 받으며 대숲 사이에서 자란 야생차잎을채취해 만든 탓인지 이곳의 작설차는 향이 뛰어나고 맛이 달다.
일단 여기에서 만들어진 부초차(무쇠솥에서 덖어 만든 차)를 마실 인연이 닿은 사람은 과연 제불(諸佛)이 모여 음미할 만한 차로구나 하고 동의할 것이다.
기후와 환경에 따른 차나무의 생장과 관계가 있겠으나,채엽과 제다시기는 다른 차보다 조금 늦어 우전차는 곡우 7~10일 후에야 만들게 된다.따라서 잎의 크기도 타지역 것보다 큰 편이다. 전남 영광의 불갑사에 이어 호승 마라난타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백제 제2의 사찰 불회사에는 본존불로 지불(紙佛)이 모셔져 있고 절 입구에는 돌장승이 서있어 문화적 가치가 크다. 지금처럼 행정상 남북으로 전라도가 양분되기 전 옛날에는남원과 더불어 남도의 중심세력지였던 나주로의 차문화 기행은 값진 경험이 되기에 충분할 터.물 많고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가 상쾌한 나주배를 맛보며 호남의 곡창 나주평야를 살피는 가운데 수입개방에 대처할 우리의 자세가 절로 결정지어질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