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마약 합법화 논쟁-공중위생장관 가능성 시사로 불붙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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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마약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에서 최근 마약 사용을 아예합법화해 범죄를 줄이자는 방안에 대해 찬반양론이 불꽃을 뿜고 있다. 마약 합법화는 네덜란드와 같은 일부 유럽국가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미국에서도 간헐적으로 제기돼 오다 최근 마약문제에 대해 도저히 새로운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자 다시 꼬리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 논쟁에 불을 댕긴 사람은 조이셀린 엘더스 공중위생담당 장관.그가『마약관련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마약을 합법화할 수도있다』고 말한뒤 구설수에 휘말렸다.결국 백악관과 엘더스장관이 공식입장이 아니라 단지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 고 후속 성명을 발표해 일단락됐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시절 시작된 마약과의 전쟁(Drug War)의 와중에서 잠재해있던 합법화 주장이 백만원군을 얻은 것처럼 표면화되기 시작,찬반논쟁이 재개됐다.
합법화론자들은 이 문제가 쉽게 정책으로 채택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금까지 견지해온 무조건적인 합법화주장보다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해악의 감소에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이는 마약으로 인해 소요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음성적인 마약남용이 가져온 치명적 해악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마약이 합법화되면 마약으로 인해 제기되는 법률비용과 마약범죄자들을 수감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뿐만 아니라 음성적으로 마약을 사용함으로써 주사기등을 통해 에이즈나 폐결핵등마약중독자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는 감염성 질병의 확산속도를 줄일수 있다는 것이다.물론 범죄의 감소는 말할 것도 없다.
이같은 의견에 동의하는 마약전문가들은 아직 소수이지만 합법화주장은 대중속으로 급속히 파고들고 있다.
특히 대다수 마약관련 종사자들은 경찰력에 의한 단속 일변도 정책보다는 마약중독자들의 갱생프로그램에 많은 재원을 할애해 줄것을 요구해 왔기 때문에 마약 합법화 정책에 많은 기대를 걸고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지구상에 존재하는모든 마약의 폐기와 마약에 대해 더욱 강력한 단속정책을 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반대론자들은 이같은 합법화 주장에 대해 경멸적인 시선을 보낸다.
캔자스州 토페카 소재 보수적 마약전문가그룹인 국제마약전략기구의 에릭 보스박사는『합법화 주장은 마약재배자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합법화를 통해 돈을 좀더 벌기 위해 즐겨 사용해온 캐치프레이즈에 불과하다』면서『이는 어떻게 해서든 마약에 관한 정책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려 보려는 이들의 얄팍한 술책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합법화 주장을 일축한다.
양측의 이같은 팽팽한 논쟁은 갈수록 열기를 더한다.아틀랜타의한 마약반대단체는 백악관측이 엘더스장관의 발언을 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대통령에게 합법화를 반대하는 편지보내기 운동에돌입했다.
반면 워싱턴소재 합법화 지지단체인 마약정책협회는「엘더스장관,고맙습니다」라는 신문광고를 내기 위한 공개적인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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