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전쟁-유럽동맹,막대한 돈 지원받아 EC化 건설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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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 들어서면 시내지도가 아무 소용이 없다.도로 곳곳이 공사로 파헤쳐져 있는데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길이 흔적 조차 없기 일쑤다.지도에도 없는 길이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포르투갈의「유럽공동체(EC)화」공사다.
86년 EC에 가입하면서 15년에 걸친 장기적인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확충계획을 입안,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기 위한 공사들이다.지난해만도 3조에스쿠도(약 1백90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포르투갈의 유럽화사업은 보기만 해도 숨가쁘다. 리스본을 끼고 있는 타구스江 위에는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가 세워지고 있다.총연장이 무려 11㎞-.리스본의 순환도로와세투발~리스본~포르투등 3대 공업도시를 縱으로 잇는 고속도로와접합시키는 작업도 구체화하고 있다.
철도에도 7년간 3천억 에스쿠도를 투입한다.리스본과 포르투간의 주행시간을 단축시키고 나아가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TGV로 이어 이 구간에도 운행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엄청난 자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그 자금들은 유럽통합을 위한 EC의「결속자금」이다.포르투갈은 지난해 29억7천만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유럽동맹(EU)으로부터 받아냈다.EU는 말할 것도 없이 마스트리히트조약으로 보다 공고한 통합체로 나아가고 있는 EC를 말한다.
포르투갈이 EC에 가입한 이후 5년동안 연평균 4.5%라는 고도성장을 지속했으며 90년대 유럽의 경제침체속에서도 2%대의성장률은 항상 유지하고 있다.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EC와의 교역이 두배이상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었기 때문이 다.게다가 영국.프랑스.네덜란드등 회원국들의 투자가 전체 외국투자의 80%를 차지할 만큼 급증했다.
EC가 이처럼 포르투갈에 대한 지원을 과감하게 하는 것은 역내의 균형적인 성장이 결국은 전체 회원국에 득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이것은 자기 혼자만 흑자를 내고 이익을 취하겠다는 우리 이웃 일본과는 전혀 국제경제적인 인식 의 시각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EC는 역내 최빈국인 포르투갈과 그리스를 EU의 회원국으로 끌어안기 위해서는 이들이 가장 뒤떨어져 있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지원하고 성장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그리스에 대해서도 그리스 GDP의 6%에 달하는 40억달러를 쏟아부음으로써 그리스경제체제의 EU편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리스본에는 지난날 식민대국의 체취를 느끼게 하는 흔적들이 많다.그러나 그것이 결국은 포르투갈의 발목을 죄는 멍에가되었다.새로운 유럽국가로서 발돋움하 는 리스본에서는 한때「선의의 독재자」라고까지 불리던 살라자르의 식민지시대는 새로운 건설의 파편속에 묻혀가고 있었다.
***포르투갈 리스본 高 大 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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