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제철.김포 약암마을 사랑나누기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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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직원 3천여명,국내 제조업체 20위수준인 仁川製鐵(사장 白昌基)과 70여가구 2백여 주민이 사는 경기도김포군대곳면 藥岩마을간의「사랑나누기」가 새해아침을 훈훈하게 해주고 있다.
고철을 녹여 건축용 기초철강재를 생산하는 仁川製鐵은 92년9월 쌀시장 개방 얘기가 나오면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양질인 약암리 쌀사주기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약암리에서 생산되는 쌀은 연간 5천여섬으로 정부수매를 제외한3천섬의 販路가 없어 해마다 주민들은 개별적으로 싼값에 내다 팔고 있었다.
주민들의 어려운 사정이 알려지자 회사측은 92년 이곳 쌀 6백여섬을 사들인 이래 지난 연말까지 모두 2천여섬을 구매했다.
이 가운데 1천3백여섬은 본사 근로자 급식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자체협동조합을 통해 시중 가격보다 1천~2천원 싸게 직원들에게 팔았다.
앞으로는 구매량을 늘려 소년소녀가장및 양로원을 돕는데 활용하는 한편 본사 주변 3백50여가구의 사원아파트가 완공되는 4월부터는 상설 매장을 설치해 실비로 공급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또 주민들의 숙원인 마을회관 건립을 지원했고 창립기념일등 행사가 있을 때마다 주민들을 공장으로 초청.견학시켜 우의를 다졌다.
이에 약암마을 주민들도 마을전체가 합심해서 답례에 나섰다.
지난해 식목일에는 마을서 가꾼 5~10년생 나무 50그루를 회사에 기증했다.
또 마을주변 유휴지 5백평을 회사측에 무상임대,회사직원과 가족들이 주말이면 이곳서 농촌 현장을 체험하고 직접 고추.상추.
오이 등 농산물을 가꾸도록 했다.1백명의 직원들이 1인당 5평씩 맡아 주말마다 이곳을 찾는 주말농장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주민들은 새해부터 이를 1천평으로 늘리기로 했다.
주민들은 또 지난해 여름에는「여름 영농교실」을 마련,직원자녀60여명을 초청해 사흘씩 민박하면서 농촌생활을 경험하게 했다.
이때 마을 노인들은 이들에게 한문.예절.전통생활 등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이처럼 정과 사랑을 주고받게 되자 마을주민과 회사직원들은 이제 한식구처럼 돼버렸다.
회사 총무부 金鍾憲씨(40)는 『약암마을과의 사귐은 내 자신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면서『회사차원에서 시작된 일인데도 이제는 오히려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이곳 주민들과 더 친숙하게 지내게 됐다』고 흐뭇해했다.
[金浦=權泰東.方情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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