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증시 되돌아본 93년-4년침체 탈출 상승발판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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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93년 증시는 89년 이후 4년 가까이 계속된 장기 침체에서벗어나 본격 상승 국면에 들어서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새 정부의 개혁조치와 금융실명제등 강도 높은 충격파를단기간에 극복한데다 기업의 직접금융에 의한 자 금 조달이라는 본래의 기능도 그런대로 충실히 수행해냈다.
따지고 보면 애초부터「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방침을 담고 있던 금융실명제가 증시에는 악재라기 보다 호재였다.
실제로 올해 증시는 연초 오랜 불황의 여파에다가 사정 회오리등으로 종합주가지수가 6백선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무르다 서서히 회복세를 보였고 금융실명제가 발표되면서 다시 곤두박질하는듯 했으나 금세 충격권에서 벗어나 10월께부터는 줄곧 힘찬 오름세를 유지했다.
증권관계자들은 현재 내년도 종합주가지수가 1천2백 포인트까지오를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데 이는 몇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못했던 일이다.증시가 이처럼 활황에 접어든 것은 정부가 주가를「신경제 성적표」로 여기는 시각에서 각종 배려 를 아끼지 않은데다 실명제 시행으로 증시 외에는 돈이 빠져나갈 구멍을 대부분막아놓았던 것에 크게 힘입었다 할 수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시간이 갈수록 높아졌고 국내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외국인들이 주식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 증시의수급사정이 호전된 것도 증시활황에 크게 기여했다.이에 따라 올해 주식시장은 폐장일 종합주가지수가 연초 대비 1백68포인트나상승한 가운데 상장주식 총액이 1백조원을 돌파(11월10일)하고 하루 평균 거래량이 3천5백만주,거래대금이 5천7백40억원에 이르는등 괄목할 만한 외형 성장을 이뤘다.
채권시장도 실명제와 제2단계 금리자유화등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사정이 호전돼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한때 11%대로 떨어지는등 하향안정세를 이어왔으며 채권거래 대금도 1백40조원을 넘는등 활기를 띠었다.
올해 증시는 이같은 양적 성장외에 질적으로도 큰 변화를 이룩했다. 소위「큰 손」과 정치권등과 관련된 자금이 사라지면서 루머도 많이 없어졌고 주가가 경제외적 변수에 따라 영향을 받는 일도 줄어들었으며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선진형 투자 패턴이 자리를 잡았다.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은 올해 증시를 이끈「쌍두마차」였다.
기관들의 거래비중이 작년의 14%선에 비해 25%선(실명제 이후에는 최고 34%선에 이르기도 했다)까지 크게 높아지면서 기관들의 선호 여부에 따라 주가의 향방이 결정되는 기관장세가 두드러졌고 외국인들이 주목하는 주식의 가격이 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외국인들은 증시개방 2년째를 맞아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 주가회복에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올들어 27일까지 6조3천6백91억원 어치를 사고 2조8백49억원 어치를 팔아 4조2천8백41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이는 개방 원년인 작년의 순매수 1조5천83억원에 비해 2.8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같이 막대한 외화 자금은 앞으로 통화관리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이며 원화절상을 초래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데다 일시에 국외로 빠져나갈 경우 경제 교란요인이 될 수도 있어 주가 상승의 주도적 역할을 한다고 마냥 즐거워 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주식 발행시장도 활기를 띠어 기업공개와 유상증자.회사채발행등직접 자금조달규모가 18조7천8백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9% 늘어났고 주식 장외시장의 등록 기업수도 작년 1백26개에서 올해는 2백개로 증가했다.
현재 증시의 활황세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지느냐에 대해서는 증권계의 장미빛 전망과는 달리 장담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그동안의 주가 상승이 다소 인위적으로 유도된 것이라는 냄새가나기 때문인데 만약 내년도에 재무당국이 통화를 죄게 된다든지,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른다든지 할 때에도 그런대로 굳건히 버틸 수 있다면 완전한 증시 활황기에 접어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을 것이다.
〈金東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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