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막내린 엄마의바다-시청률 의식 대본수정 흠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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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 하반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MBC-TV 주말연속극 『엄마의 바다』가 26일 막을 내렸다.
초반까지는 지루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잔잔한 전개,그 흔한 불륜관계 하나 없는 무리없는 상황설정,배우의 이미지에 맞는성격창조….『엄마의 바다』가 꾸준한 인기를 유지할수 있었던 비결은 이런 점들이 주말 저녁에 편안함을 줄수 있 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엄마의 바다』는 지나치게 시청자를 의식한 나머지 메시지가 없는 드라마로 끝난 감이 없지 않다.이 드라마는제목이 암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엄마라는 존재가 바다같이 험한 세상에 내던져졌을 때 겪는 삶의 고단한 모습들은 별 로 묘사되지 않았다.
대신 고현정.최민수.독고영재,고소영.이창훈,김나운.허준호,김혜자.정영숙.정욱이 만들어가는 사랑얘기가 드라마의 중심을 이뤘다.특히 스토리 전개의 축이 된 고현정.최민수.독고영재의 삼각관계는 기대이상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자 애초의 대본 보다 훨씬 길게 늘어져 극의 균형을 흔들리게 한 인상마저 준다.
최민수가 녹화를 펑크냈던 이유가 독고영재의 존재가 대본보다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자신의 배역이 축소되는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후문이 돌 정도였으니 이 드라마의 스토리 수정 정도도 짐작이 가고 남는다.
극의 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한 점도 아쉬움을 남겼다.
김나운과 허준호의 결혼약속,정영숙과 정욱의 결합,독고영재와 형의 화해,최민수와 김혜자의 화해.이 드라마에 던져졌던 모든 갈등.긴장 관계는 마지막회에서 급작스럽게 해결됐다.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보는 주말연속극에서 줄거리를 해피엔딩으로 끝내는 것 자체를 탓할수는 없을 듯 싶다.그러나 『엄마의바다』에서 보여준 화해는 너무 조급했다.사랑얘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화해의 과정을 그릴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시청률을 의식한 주말연속극의 스토리 수정은 비단 어제 오늘의일이 아니다.그러나 메시지를 죽이고 극의 균형을 깨뜨리는 수준까지 가서는 안될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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