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KBS 새해 개혁주제 사극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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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개혁세력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사극 두편이 내년 1월초 동시에 선보인다.KBS와 MBC는 조선조 단종에서 성종까지 4대에걸쳐 정치일선에서 활약한 한명회의 삶을 재조명한『한명회』(신봉승 극본,김재형 연출)와 정조때 성균관 비밀결사 조직인 송죽시사(松竹詩社)의 활약을 그린『야망』(임충 극본,이재갑 연출)을3일과 5일부터 각각 방영한다.
이 두 드라마는 궁중권력 투쟁사를 흥미위주에서 그리던 시각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건을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세력간의 갈등으로보면서 개혁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는 점이 특징.문민정부의 개혁작업이 한창인 현재의 분위기와 맞물려 개혁 주체세 력을 어떻게 조명할지가 큰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월』의 후속으로 방영되는『한명회』(KBS 제2TV 월.화밤9시35분)는 한명회를 당시의 경세가,개혁의 주체로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드라마.한명회는 33년간 정치가로 활약하며 영의정까지 지낸 인물이지만 연산군의 어머니 윤씨폐 비 음모의 주동으로 몰려 죽은지 17년만에 부관참시까지 당한 인물.그러나 후대에 와서는 현실 정치가로서의 면모가 부각되면서「권력을 위해여러명의 충신을 죽음으로 내몬 간신」,「총대를 메고 수구세력을축출한 정치가」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제작진은 아직 한명회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역사적 사실과 고증에 충실한다는 방침.
『한명회』는 1백회분이 방영되는 동안 드라마 중간중간에 역사적 출전이 소개되고 이에 대한 자세한 해설까지 내레이션으로 곁들여진다.또 한명회의 귀가 당나귀귀였다는 고증사료에 따라 한명회역의 이덕화 귀에 인조피부를 붙일 정도로 현장재 생에 공을 들였다. 김재형PD는『조선왕조실록 어느곳을 봐도 한명회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곳은 없다』며『그 실록에 근거해 한명회를 거짓없이 묘사하겠다』고 제작방향을 밝히고 있다.
『한명회』는 사극전문가들인 작가와 연출자,편당 2백만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이덕화를 비롯,이응경.송승환.서인석.한인수.임동진.홍세미.김영란등 호화배역진의 포진으로 수준급의사극이 될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이미 MBC에서 한 소재를 다시 하는 것은현정부의 개혁분위기에 동참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MBC-TV의『야망』(수.목 밤 9시 50분)은『한명회』와는 달리 작가의 상상력으로 꾸민 이야기.이인화의 베스트셀러 소설『영원한 제국』과 같은 시대적 배경인 정조때비밀결사「송죽지사」를 이끄는 성균관 유생 이인수의 삶을 통해 수구세력과 실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개혁세력의 피비린내나는 암투를 그린다.극적인 재미를 위해 젊은 유생들의 우정과 사랑이야기가 가미된다.
개혁주의자 이인수역에는 최수종,사랑때문에 조직에 등을 돌리는홍진호역은 정보석,천주교도 김여삼은 전인택,김여삼을 사랑하는 부잣집 소실역은 이휘향이 각각 맡았다.
이재갑PD는『현대물에서 못다루는 것을 과거의 상황을 설정,현대에 투영시키는데 연출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해『야망』에 강도 높은 정치적 은유를 담을 계획임을 시사했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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